[보도]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7) -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라

자유경제원 / 2015-03-30 / 조회: 2,315       업코리아
자유경제원은 한국의 기업가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이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을 정리하였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라 

   
▲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정주영 회장은 관습적 사고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통해 유난히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었다.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런 점에서 정주영 회장은 불균형 가격에서 '이윤기회’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가격중재자(price-arbitrager)형 기업가라기보다는, 가격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업기회를 잘 포착하는 혁신가(innovator)형 기업가, 즉 슘페터가 말하는 창조적 파괴자이다.
 
개구리가 앞에서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혹시 뱀(손실)일 수 있으므로 일단 도망가는 규칙을 택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개구리가 불확실성 아래 그런 규칙을 택하고 있을 때, 어떤 특별한 개구리는 앞에서 움직이는 것이 자신보다 큰지 확인하고 더 작으면 자기의 먹이인 파리(이윤)인지 확인하러 나가는 새로운 규칙을 택한다고 해보자. 그 개구리는 관습적 방식을 깨는 슘페터 형 기업가이다. 

그의 전기는 이런 일화들로 가득하다. 정부 관료들을 비롯해서 모두가 반대한 조선업을 시작한 것이라든지, 모두가 조선소를 건설한 다음 배를 수주하러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왜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는지” 의문을 품고 이를 동시에 진행한다든지 한 것들이 그런 사례들이다. 현대건설이 중동의 주베일 항만 공사에서 바다에 구조물 설치 공사를 하면서 그 구조물을 육지, 그것도 한국의 현대조선소에서 만든 다음, 이것들을 배로 실어와 바다 속에 설치하는 작업을 했던 것들도 이에 해당한다. 

사실 과거의 관습적 사고에 얽매이면 새로운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얽매이지 않아야 새로운 방법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주영 회장은 '관습의 속박’에서 아주 자유로웠던 특별한 기업가이다. 정주영 회장이 자주 인용하는 다음의 사례는 왜 관습적 사고에 얽매이면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닌 평범한 것도 떠올리지 못하게 되는지 매우 시사적으로 보여준다. 
주베일 공사를 진행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드는 스타비트가 16만개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하루에 200개씩 800일이 걸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현장에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레미콘 트럭에서 직접 거푸집으로 콘크리트를 부어넣은 게 아니라 트랙에서 크레인 버킷으로 일단 콘크리트를 쏟아낸 다음에 이것을 다시 거푸집으로 옮기고 있었습니다. 두 단계면 될 일을 세 단계에 걸쳐서 하니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는 것입니다. 왜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하느냐고 물으니, 레미콘 트럭의 배출구 높이와 거푸집 높이가 안 맞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고정관념입니다. 나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그들의 모습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레미콘 트럭의 배출구를 개조해서 높이를 거푸집에 맞추는 것은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레미콘 트럭은 완제품으로 나오는 것이니 아무도 개조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당장 배출구를 개조하라고 불호령을 내렸고, 그 이후 스타비트 생산량이 200개에서 350개로 대폭 늘어났습니다.”(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79-80) 

그는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는 방법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꼭 하고 싶은 일, 꼭 해야만 하는 동기가 충만한 일을 하고 있다면,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기에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얻은 생각의 씨앗들을 키우고, 자주자주 생각하고, 또 많이 보고 듣는 자세를 견지할 것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3)

그는 언제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더 빨리’ '더 훌륭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습관적으로 '기민하게’ 암중모색하고 있었다. 일본 자동차업체에서 우리나라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로부터도 자동차사업이 우리나라 사업가가 하더라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빠르게 간파했다. 그는 정보에 민감한 '기민한’기업가였다. 

공식교육은 자칫 고정관념의 포로가 되게 하고 현장을 경시할 위험이 있다. 정주영 회장에게 있어 기업가정신의 발휘에서 학력 자체는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공식적 학교 공부가 고정관념의 포로가 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정주영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이윤기회를 발견하는 기민한 기업가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 다만 기민한 기업가정신과 불확실성의 감당을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는 점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그는 실제로 실행해봄으로써 심지어 이윤을 얻지 못한 실패한 사업들로부터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사업에만 국한해보면 실패로 보일지 모르지만 좀 더 긴 시각으로 보면 실패가 아니라 실수에 불과하다. 그는 이런 한번의 실패가 다음의 여러 번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게 해주고 그 때보다 더 큰 규모로 실패할 가능성을 없앴다는 의미에서 작은 시련에 불과하며 다른 일을 할 때 좋은 자산이 된다고 보았다. 

남들보다 더 훌륭하게 할 방법을 계속 궁리하는 사람은 마침내 그 방법, 즉 따라야 할 더 나은 '규칙’을 찾아낸다.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그런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그렇게 말한다는 사람이기에 스스로 끊임없이 그런 규칙을 탐색했을 것이다. 지나친 비관에 따른 오류에 갇히게 되면 조그만 손실을 보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큰일을 이룰 수도 없다. 정주영 회장은 이 점을 깨닫고 있었다. 


3) 서산간척지 물막이 공사에서, 정주영 회장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스웨덴이 철물을 이용하는 사례를 듣고 곧바로 폐선을 이용하는 방법을 응용해내었다. 이런 사례는 실행을 통한 배움(learning by doing)과 달리 배움을 통한 배움(learning by learning)으로 설명될 수 있는 사례이다. 여기에서 '배움을 통한 배움'이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접하면서 여기에 자신의 경험을 합쳐져 그 아이디어와는 닮았지만 또한 그것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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