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바른 역사교육> ③교과서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 선 `민중사관`

자유경제원 / 2015-10-29 / 조회: 4,7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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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역사교육> ③교과서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 선 '민중사관'

'반외세·반자본주의' 내세워 80년대초 등장…사학계 주류로 자리잡아
"민중사관이 교과서 권력 잡아" vs "좌편향 낙인찍기"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역사 교과서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는 이른바 '사관'(史觀)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사학계에서 상당한 세력을 점하는 '민중사학'과 이에 반발하는 측이 정면충돌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민중사학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물결 속에서 역사의 주체를 민중에 둔 새로운 역사관을 제시하며 주류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민중사학은 당시 마르크스주의가 국내에 본격 전파되는 상황과 맞물려 그 틀을 잡아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외세, 반자본주의, 민중주의를 골간으로, 기존의 사학적 관점을 뒤엎었다.

민중사학은 사학계 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교과서 편향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 민주화 운동의 물결 속 빠르게 성장한 '민중사학'

민중사학은 역사발전의 주체가 민중이라는 대전제 아래 민족적·사회경제적 모순 구조를 분석하고 민중의 활동을 역사 서술의 중심에 두는 학문적 경향을 말한다.

국내에 민중사학이 등장한 시기는 1980년대 초 마르크스주의가 확산되고 노동운동·민주화 운동이 활발해지면서부터다.

동북아역사재단 배성준 연구위원은 '1980∼1990년대 민중사학의 형성과 소멸' 이라는 논문에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경험은 '민중항쟁의 발발'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기존 학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마르크스 이론을 확산시켰고 그 과정에서 민중사학이 대두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이론으로서의 민중사학은 1984년 12월 이 이론을 표방하는 최초의 연구단체인 '망원한국사연구실'이 창립되면서 하나의 학문으로서 본격적인 틀을 갖춘다.

해직 교수 출신 학자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망원한국사연구실은 기존 사학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과학적 방법론이 결여됐다고 비판하면서 민중을 변혁의 주체로 보는 새로운 학문으로서의 민중사학을 제창했다.

망원한국사연구실은 현실 문제에도 적극 관여하며 '학계 울타리'를 뛰어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이들은 1987년 정부의 '대한민국사' 편찬과 국정 국사 교과서 개편작업 착수에 맞춰 민중 주체 역사 서술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망원한국사연구실 이외에도 '역사문제연구소', '한국근대사연구회' 등 민중사학 연구단체가 속속 만들어졌고, 이후 재편 과정을 거쳐 '구로역사연구소'(현 역사학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 등이 결성되면서 민중사학은 학계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들 학회는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1988년 망원한국사연구실과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일부가 통합돼 만들어진 한국역사연구회는 현재 7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역사학회로 성장했다.

한국역사연구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창립취지문을 보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사회의 변혁과 진보를 실현시켜 나가는 주체가 민중임을 자각하고 민중의 의지와 세계관에 들어맞는 역사학을 추구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 교과서 속 녹아든 민중사관…불거진 '좌편향' 논란

민중사학은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론적으로는 소멸의 길을 걷지만, 국내 사학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1980∼1990년대 민중사학의 번영기에 공부한 연구자들, 특히 근현대사 전공자들이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견 학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또 교과서 검정제 시행 이후 민중사학의 영향을 받은 인사들 중 상당수가 집필진으로 참여하면서 민중사관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여년 간 교과서를 두고 벌어진 논란을 민중사관과 반(反) 민중사관의 대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우리나라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민중사관이 우리 사학계의 주류를 점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1일 자유경제원 세미나에서 "민중사관으로 훈련된 젊은 역사가들이 교과서 집필의 권력을 취득했다"며 "2003년 검인정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이 문화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교육시민단체인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조진형 대표는 "90%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반 정도는 그렇다"며 "나머지 40%는 적극적 좌편향은 아니더라도 기회주의자들이며 시류에 편승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중사관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민중사학이 태생적으로 지닌 반외세·반자본주의적 성향이 교과서에 그대로 녹아 들어가 학생들에게 한쪽으로 치우친 역사 인식을 심어준다고 지적한다.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역대 고교 역사 교과서 근현대사 단원을 분석한 책 '한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과거에서 현재의 교과서로 올수록 친북·반미 성향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예컨대 5·6차 교과서는 김일성 체제를 '독재 체제'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7차 이후의 교과서에서는 상당수가 독재 체제 대신 '김일성 중심의 통치 체제', '김일성 유일 체제' 등으로 표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 교수는 "최근의 국사 교과서가 편향된 이념 성향을 띠는 것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민중사관'에 입각해 기술됐기 때문"이라면서 "국정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누적된 국사학계의 좌편향된 성향이 한꺼번에 분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중사관은 '민족사관'에서 나온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며 1980∼1990년대 민중사학의 풍토에서 공부했다고 해서 모두 좌편향으로 모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민중사관을 가진 '좌파' 학자로 모는 것은 국정화 찬성 측의 '낙인 찍기'"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일각에선 진보 출판사와 집필진이 '카르텔'을 맺고 좌편향 교과서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설사 그런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검정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집필기준을 벗어난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e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0/29 07: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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