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의 볼륨업]국정세대 `촛불`과 검정세대 `일베`

자유경제원 / 2015-11-10 / 조회: 4,741       the300

[이하늘의 볼륨업]국정세대 '촛불'과 검정세대 '일베'

[the300]

지난 8월 27일 국민안전처 '2015 국민 안보의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대 응답자의 79%가 '전쟁이 발발하면 참전(남)하거나 전쟁지원(여)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30대는 그보다 낮은 72%가 전쟁 시 참전 혹은 지원 의사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현재 20대는 2003년 재개된 검정 교과서 세대다. 반면 30대는 국정체제 단일 교과서로 수업을 받았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등 일부 인사들의 "좌파들이 검인정 체제에서 교과서를 통해 '혁명전사'를 양성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조사결과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오늘날의 20대가 건국 이래 가장 보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 축구 대표팀은 월드컵 4강신화를 썼다. 젊은 세대들의 자긍심도 덩달아 켜졌다. 같은해 미군 장갑차 사고로 여중생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한국 사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한미 SOFA(소파) 협정 때문이다. 

당시 20대들은 월드컵과 소파로 인해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꼈다. 이 같은 감정은 결국 '촛불집회'로 전개됐다. "대통령이 되려고 미국을 찾아가지 않겠다"던 노무현 후보의 16대 대통령 당선에도 영향을 줬다. 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온전히 국정 교과서로 교육을 받은 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근 20년 전 수많은 가출 청소년들이 '서태지와아이들'의 노래 '컴백홈'에 감명받아 집에 돌아온 일이 화제가 됐다.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건 윤리교과서가 아닌 '오빠'의 메시지였다. 늦은 밤 라디오를 통해 전파된 신해철의 메시지는 당시 10대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교과서는 거들 뿐'. 아니, 거들지도 못했다. 

검정세대인 10대, 20대 역시 교과서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정보를 습득, 생각을 정립한다. 간혹 극단적이고 반사회적인 메시지도 그대로 수용한다. 세월호 희생자 비하, '홍어' 발언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베'는 이들 세대가 주축이다. 일부의 주장대로라면 '좌파의 전사'로 키워졌어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편향·왜곡된 보수의 '홍위병'이 된 꼴이다.

아직 교과서가 어린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조사결과는 없다. 하지만 그간 우리 사회의 경험을 미루어보면 교과서의 영향력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미래세대를 위한다"며 국정교과서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올 하반기 똑같이 "미래세대를 위한다"며 정부여당이 줄기차게 주창해온 4대개혁 목소리는 크게 줄었다. 

문제는 교과서로 인한 정쟁이 계속되면 정작 이같은 현실을 타개할 정치적 논의와 합의는 점점 더 뒤로 밀린다는 점이다. 그동안 성공은 커녕 학자금 대출조차 갚기 어려운, 타고 올라갈 사다리마저 걷어차여진 현실에 버려진 청년들의 고통은 계속된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교과서가 아닌 이같은 현실에 대한 절망과 고통의 목소리다. 

수험생 시절 기자가 교과서보다 더 의존한 영어 참고서가 있다. '우선순위 영단어'라는 이 책은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영어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줬다. 영단어 뿐 아니라 교과서도 '미래세대를 위한' 우선순위' 어디쯤 놓아야 할지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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