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원책의 새論새評] 더위보다 참을 수 없는 것

자유경제원 / 2016-08-18 / 조회: 7,534       매일신문

靑, 여당 지도부에 초호화 오찬 대접

서민들은 꿈도 못 꿀 음식 혈세로 누려

전기료 누진제 문제는 한시적 완화뿐

김영란법 시행 앞둔 공직자 자세 맞나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무슨 국빈 만찬도 아닌,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메뉴가 송로버섯에다 캐비어샐러드, 바닷가재, 샥스핀찜 그리고 능성어찜과 한우갈비였다. 국빈 만찬도 이 정도면 극진한 대접이라고 보도했을 것이다. 회동이 있었던 11일엔 이정현 대표가 좋아한다는 냉면 오찬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진짜 메뉴는 그게 아니었다. 언론은 김무성 전 대표 때의 중식 코스에 대비해 융숭했다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하긴 대통령의 비서였던 분이 당 대표가 되어 문자 그대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당정청이 하나가 될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이 대표도 당당한 실력자로, 모시던 주군(主君)을 만났으니 말하자면 ‘금의환궁’을 한 셈이다.

솔직히 말해 명색이 대통령인데 여당의 새 지도부와 첫 회동에서 식사 메뉴가 좀 대단했기로서니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런데 공무원'교사'기자는 물론 사립학교와 신문사 일반직원까지 3만원이 넘는 밥을 먹고 ‘더치페이’를 하지 않다간 졸지에 수뢰범(受賂犯) 취급을 받게 한 ‘김영란법’ 시행이 코앞이다. 그 법에 해당되는 사람은 400만 명 정도지만 3만원 넘는 식사는 뇌물이 될 정도의 향응이란 인식을 사회에 확실히 심어줬다. 이때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송로버섯 같은, 서민은 평생 구경하기도 힘든 음식을 즐겼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쯤 되면 민심을 듣겠다며 밀짚모자를 쓰고 전국을 누비던 이 대표의 진면목이 궁금해질 판이다. 설마 대통령의 식사가 보통사람과 당연히 달라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도대체 송로버섯이나 샥스핀찜으로 한 끼 메뉴를 짠 자는 누구인가?

정말이지 나는 대통령이 밥 한 끼 잘 먹었다고 타박하는 게 아니다. 그럴만한 격식이나 예의를 차려야 할 자리였다면, 언감생심 어찌 대통령의 한 끼에 시비를 걸겠는가? 그런데 그 한 끼도 때가 있는 것이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 자리는 여당 새 지도부와의 회동 자리였다. 말하자면 식구들끼리 밥 먹는 자리요, 나랏일을 의논하기 위해 모인 공직자들의 점심이었다. 전기료 누진제 문제 등 민생현안을 논의한 자리이기도 했던 것이다. 대통령은 신임 대표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해, 전기료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선물을 주었다. 그만하면 한 끼 밥값은 한 셈이다. 그런데 그 선물이란 게 끓는 솥 물에 찬물 한 바가지 붓는 정도였다. 정말이지 민심을 전달했다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나 한 것일까? 유독 우리만 11.7배에 달하는 누진제를 한다는 것 말이다. ☞ 실패없는 주식투자

나는 아니라는 데 걸겠다. 광복 후 혹서(酷暑)도 이런 혹서가 없다. 솔직히 재해 수준이다. 부자들은 해외여행도 가고 바닷가로 피서도 가지만 서민들은 찜통더위를 고스란히 견뎌야 한다. 식구가 많거나 어린아이가 있거나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집은 전기료 폭탄이 아니라 더한 걸 맞아도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다. 그런데 큰 은덕이나 베푼 듯이 전기세를 19%나 깎아줬다고 생색을 냈다. 그게 엉터리이기도 하지만 그 기준이 고작 하루 4시간 정도 에어컨을 쓴다는 것이다. 장담하건대 그 말을 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하루 4시간만 에어컨을 켜진 않는다.

국민들이 더 분한 건 전기요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일종의 ‘세금’인데 정부의 교언(巧言)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누진제를 없애면 곧 부자 감세요, 블랙아웃이 걱정된다는 게 대표적이다. 누진제가 서민들에게 더 짐이 된다는 건 이미 충분히 밝혀진데다가 산업용이나 상업용에 비해 가정용에만 누진제 덤터기를 씌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가정용은 전체 전력의 불과 13% 정도이니 블랙아웃이 우려된다는 건 명백한 거짓이다. 결국 청와대 선심에도 서민들은 찜통더위를 참고 살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판에 청와대에서 민생을 논의한다면서 초호화 오찬을 벌였다니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왕조시대에도 가뭄이나 혹서 같은 국가적 재해가 덮치면 왕은 스스로 소찬(素饌)을 했고 가무를 금했다. 이 문제는 권력자의 염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 문제다. 내가 춘향전의 시구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를 떠올렸다면 지나친 것인가?

전원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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