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경영간섭…최순실 청문회서 들리는 `기업 짐 싸는 소리`

자유경제원 / 2016-12-07 / 조회: 9,287       미디어펜
차라리 개그 프로그램이라면

국회의원들은 꽤 준엄한 표정으로 기업 총수들을 꾸짖었다. 그럼에도 청문회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했다. 청문회 질의 수준에 대한 얘기다. 국회의원들이 증인들을 앉혀놓고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호통을 치는 풍경이 낯설지는 않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증인석에 쟁쟁한 기업 총수들을 앉혀다 놓은 만큼 허탈함은 더 컸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에 앞장서겠어요, 안서겠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자꾸 머리 굴리지 마세요!”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요!”
“나는 전경련 해체에 반대한다 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나온 말들이다. 급기야 손을 들어 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선생님이 초등학교 학생들을 앉혀놓고 ‘숙제 안 해온 사람 손들어!’하고 혼내는 장면이 떠올랐다. 차라리 개그 프로그램이라면 좋으련만. 정말 이것이 우리 국회에서 행해진 청문회의 수준이었다. ‘국정농단 청문회’라는 목적에 맞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아무데나 ‘국민’ 찍어 바르지 마세요

한 의원은 본인도 이런 질문을 하기는 멋쩍었는지 ‘국민 질문’이라고 운을 뗐다. 질문의 내용은 ‘삼성의 경영권을 언제 넘기겠냐’는 것이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국회의원이 무슨 이유로 기업 경영권에 대한 질문을 하나. 그것도 강압적으로 ‘경영권을 넘기라’는 식으로 말이다. 삼성이 언제부터 국가 소유의 기업이 됐나. 

청문회는 국회가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증언을 듣는 제도다. 부풀어 오른 민심을 방패로 민간 기업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기업인들을 혼내주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국민의 질문’이라고 해서 모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문회에서 질문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 본인이지, 익명의 국민이 아니다. 결국 수준 이하의 질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도 국회의원 본인이다. 아무데나 국민 갖다 붙인다고 그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 기업들이 역대 정권의 관심 사업에 준조세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번 정권에서만 해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774억원 외에도 청년희망펀드에 880억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 210억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 200억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에 100억원 등을 내놨다. 또 청년 창업 등을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처 17곳 중 15곳을 대기업이 맡아 운영 중이다./사진=연합뉴스


정경유착 악습, 진짜 끊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국회의원들은 ‘재벌들도 정경유착의 공범인데 피해자인 척을 하고 있다’며 총수들을 나무랐다. 아직도 남아있는 정경유착의 악습이 있다면 이는 청산돼야 한다. 하지만 정경유착의 핵심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용납하기 힘들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유권자들에게 ‘무슨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큰 소리로 외치던 게 누구던가. 지역에서 행사할 때마다 ‘협찬’을 받아가던 것은 또 누구인가. 시중에서 제 값에는 팔리지도 않을 ‘자서전’을 써서 기업인들을 불러 모아 강제구매 시킨 것은 또 누구던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1년에 ‘준조세’는 연간 약 20조원다. 작년에 걷힌 법인세 4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준조세는 세금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세금처럼 내야 하는 돈을 말한다. 법정부담금과 비자발적인 기부금 및 성금 그리고 강제성 채권 매입으로 인한 손실 등이 준조세에 포함된다. 

기업들이 역대 정권의 관심 사업에 준조세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번 정권에서만 해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774억원 외에도 청년희망펀드에 880억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 210억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 200억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에 100억원 등을 내놨다. 또 청년 창업 등을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처 17곳 중 15곳을 대기업이 맡아 운영 중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등 이전 정권에서 걷은 준조세는 이보다 더 많았다. 

그렇다면 ‘정경유착을 이제 그만해 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측이 아닌가. 게다가 미르‧K재단에 들어간 774억원 또한 여느 평범한 준조세의 일부였지, 기업들이 그 비리를 일으킨 핵심이 아니라는 것은 어제 청문회를 거치며 오히려 명확해졌다. 그런데도 한 의원은 광장에서 나부끼는 ‘재벌도 공범’이라는 피켓을 들고 와 기업인들을 모욕하기 바빴다. 

기업들 짐 싸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쯤은 재벌 총수들도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혹시 이 국감을 보며 “사이다!”를 외치며 통쾌해하셨을 분들도 계셨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그렇지 않다. 잠깐은 통쾌할 수도 있지만, 이런 반(反)기업적 정서로 결국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 각국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법인세를 내리고 규제를 풀어 어떻게든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세금’을 받는 분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국회가 먼저 나서서 이렇게 반기업적 분위기를 조장하고 기업을 내쫓아서야 되겠나. 

누가 뭐래도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건 기업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법인세를 내고, 준조세도 내면서 말이다. 언제까지 정치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기업인들을 불러대 호통을 칠 텐가. 기업들이 ‘이제는 정말  짐 싸겠다’고 엄포를 놓아야만 그만둘 작정이신지. /이슬기 자유경제원 객원연구원

  
▲ 우리나라 기업들이 1년에 ‘준조세’는 연간 약 20조원다. 작년에 걷힌 법인세 4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준조세는 세금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세금처럼 내야 하는 돈을 말한다./사진=미디어펜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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