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료수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정지윤 / 2024-11-22 / 조회: 67       마켓뉴스

의료수가 조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 지표와 의료 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의료수가 수준은 참혹하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의 수가를 100으로 가정하고 국가별 의료 수가를 상대적으로 비교해 수치로 나타냈을 때 우리나라는 48에 해당한다. OECD 국가 평균 수치인 72에도 한참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의료수가의 합리적인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가체계의 개선이 가장 필수적인 과제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은 7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의료 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건강보험에 포함되는 급여 진료 행위의 경우, 진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의료기관에서는 급여 의료행위에서 발생한 손해를 비급여 의료행위를 통해 메우고자 한다. 이는 곧 비급여 의료 행위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게 만들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비급여 의료 행위를 억제하는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3분 진료’가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저수가 의료 환경에서 일정 수익을 내기 위해 진료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진료 시간이 끝나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을 경험하게 된다. 비급여 의료 행위를 억제한다면, 의료기관에서 진료수라도 더욱 늘리고자 하는 과정에서 진료의 질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행위별 원가보전율의 조정도 필요하다. 진찰료, 입원료 등 기본진료료의 보상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은 반면 영상, 진단 검사 분야는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는 저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영상, 진단 검사의 처방 건 수를 늘리는 쪽을 택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기본 진료와 수술, 처치 등 분야는 상향 조정하되, 영상, 진단 검사 분야는 하향 조정해 원가보전율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


기피과 현상 역시 해소해야 한다. 최근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비급여 진료 항목이 적은 과의 기피로 인해 이를 전문으로 하고자 하는 의료진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기피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수가 체계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소아 수술이 가능한 인력이 없어 수술을 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환경은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가 우선시 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의료서비스는 정부가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의료수가를 결정하며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수가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의료수가의 재조정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저수가 의료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가 체계의 개선에 나서야 할 때이다.


정지윤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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