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방 국립대 ‘등록금 0원’, 대학 간 경쟁을 왜곡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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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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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7학년도부터 30개 지역 국립대 신입생 약 6만 명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지역 균형 장학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지원 규모는 약 2천억 원이며, 기존 국가장학금을 확대하면 추가 재정은 약 1천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 사립대 우수 학생 장학금과 지역대학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도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대상과 지원 방식은 예산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8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청년의 학비 부담을 덜고 지역대학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특히 대학과 기업이 교육과 채용을 연계하는 계약학과를 확대하는 것은 학생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학생의 소득 수준이나 대학의 교육 성과를 따지지 않고 '지역 국립대 신입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식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대학의 설립 형태에 따라 교육 가격을 인위적으로 달리 만든다는 점이다. 국립대 학생은 등록금을 내지 않고, 같은 지역의 사립대나 전문대 학생은 등록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학생의 대학 선택은 교육의 질이나 전공 경쟁력보다 정부 지원 여부에 좌우될 수 있다. 실제로 교수단체에서도 국립대만을 대상으로 한 무상교육이 학생 쏠림을 심화해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의 재정 악화와 학생 감소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대학의 등록금을 대신 납부한다고 해서 지역 청년의 정주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등록금만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임금 수준, 주거와 교통, 문화적 기회, 대학의 교육·연구 경쟁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 단계의 등록금만 면제하면, 졸업 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시점을 몇 년 늦추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역대학 지원은 대학을 기준으로 나누기보다 학생과 교육 성과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가계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원을 집중하고, 지역에 필요한 전공을 선택하거나 지역기업 취업과 연계된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학생에게 추가 장학금을 제공하는 방식이 보다 타당하다. 지원 대상을 국립대에 한정하지 않고 일정한 교육·취업 성과와 회계 투명성을 충족하는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에도 개방해야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대학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
재정지원에는 명확한 성과 기준과 종료 조건도 필요하다. 입학생 충원율이 아니라 졸업률, 취업률, 지역 정착률, 기업 참여도와 같은 결과를 평가하고, 성과가 미흡한 대학에는 지원을 줄여야 한다. 동시에 대학이 학과를 자유롭게 개편하고 기업과 공동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진 학과와 대학의 자발적인 통폐합을 막으면서 세금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는 정책은 지역대학의 위기를 해결하기보다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뿐이다.
지역균형발전은 모든 지역 국립대의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없애는 것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정부는 대학을 대신 선택하거나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라 학생에게 공정한 선택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의 혁신과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를 제거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지역대학을 살리는 가장 지속 가능한 길은 '등록금 0원’이라는 가격 지원이 아니라 교육의 질과 지역 일자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2026. 8. 7.
자 유 기 업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