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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보호막인가, 진입장벽인가

글쓴이
가주현 2026-05-27

얼마 전, 동네 편의점에 들렀다가 문득 이상한 걸 느꼈다. 예전엔 카운터 안에 대학생처럼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는데, 요즘은 사장님으로 보이는 중년 분이 직접 서 계신 모습이 훨씬 많아졌다. 처음엔 그냥 경기가 안 좋아서겠지 싶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단순히 경기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금 구조가 바뀌면서 고용 자체의 방식이 달라진 게 아닐까.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왜 일자리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까?


경제학적으로 임금은 노동의 가격이다. 물건에 가격이 있듯, 사람의 노동에도 가격이 붙는다. 그리고 최저임금은 그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하한선이다. 문제는 이 하한선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균형보다 높게 설정됐을 때 생긴다. 임금이 오르면 일하고 싶은 사람은 늘어난다. 반면 사람을 고용하려는 사업자 입장에선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수요는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일하려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실제로 고용되는 사람은 줄어드는 역설이 생긴다.


현장의 사업자들은 이미 조용히 적응하고 있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고용 인원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쪼개거나, 아니면 기계로 대체하거나. 키오스크가 없던 카페에 어느 순간 키오스크가 생기고, 두 명이 돌리던 편의점을 사장님 혼자 감당하고, 단기 알바 공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 이게 다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집단은 경력도, 스펙도 아직 없는 사람들이다.


같은 돈을 줘야 한다면 사업자는 당연히 더 능숙한 사람을 뽑는다. 처음 일을 배우는 청년, 경력이 단절된 사람, 단순 업무에 익숙한 저숙련 노동자들은 그 경쟁에서 밀린다. 이들에게 일자리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통로인데, 그 통로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임금을 올리는 제도이지만, 동시에 고용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문장 하나가 이 논의의 핵심을 담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는 분명하다. 지나치게 낮은 임금으로 착취당하지 않도록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 그 자체는 누구도 반박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은 이중적이다. 이미 고용된 사람에겐 보호막이 되지만, 아직 진입하지 못한 사람에겐 더 높아진 문턱이 된다. 보호와 배제가 동시에 일어나는 구조다.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는 복잡하다.


결국 핵심은 하나의 숫자로 모든 지역, 모든 업종, 모든 상황을 규율하려는 데 있다. 서울 강남의 카페와 지방 소도시의 편의점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모든 환자에게 같은 용량의 약을 처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 차등제는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응답이다. 지역별, 업종별로 기준에 유연성을 두는 것. 보호의 취지는 살리되, 배제의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이다. 편의점 카운터 안에 다시 젊은 얼굴이 늘어나려면, 지금보다 조금 더 현실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