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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의 역설: ‘오픈런’과 ‘리셀’이 증명한 시장가격의 냉정한 진실

글쓴이
박주령 2026-05-27

우리는 흔히 정가를 공정함의 상징 그 자체로 여긴다. 누구나 같은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균형가격보다 더 낮게 책정되는 정가는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비용을 유발하는 가격 통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가격이 막히면, 시장은 반드시 다른 통로를 통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 냉정한 계산서의 대표적인 예시가 줄서기 대행과 리셀 시장이다. 요즘 SNS에는 두쫀쿠 같은 핫한 디저트를 먹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줄을 선 채 ‘오픈런’을 하는 것이 유행이다. 유명 가수의 공연, 한정판 운동화와 같은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한 지역의 택시 기사는 유명 빵집을 돌아다니며 빵집 ‘줄 서기 대행’ 알바도 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프로야구나 콘서트 관람권 예매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표를 선점하여 이른바 ‘프리미엄’을 붙여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두고 “돈으로 순서를 산다”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으나, 이것은 억눌린 시장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몸부림의 일종이기도 하다.


시장경제의 원리로 분석을 해봤을 때는, 개인별로 가지고 있는 시간과 기회비용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줄서기 대행이나 리셀은 상품과 시간에 대한 자발적인 거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이 유지되면 초과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판매자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물건은 돈이 아닌 다른 기준에 의해 분배된다. 가격으로 차별화될 수 없기에 자신의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입할 수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돌아가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보력을 가진 이들이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기술과 정보력을 활용하여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결국, 소비자 체감 비용은 ‘정가+줄을 서는 시간+정보탐색 비용’이 되어 실제 시장가격에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리셀 시장은 정가와 실제 가치 사이의 괴리를 메우려는 시장의 자정 작용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확대되는 과정에서 분배의 왜곡이라는 어두운 단면이 일어날 수 있다. 사재기 세력이 물량을 독점하면서, 정작 실구매자들은 과한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기술적인 편법에 따른 이득이라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공정한 배분이 무엇인가? 효율성 관점에서 ‘지불 의사’를 기준으로 하는 가격 배분 방식은 자원을 가장 간절히 원하는 이에게 배분할 수 있지만, 소득 격차에 따른 위화감을 줄 수 있다. ‘선착순(노력)’이 기준이 되는 배분 방식은 기꺼이 이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는 자들에게 배분되는 것이나, 생산적 시간을 길에서 낭비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으며 이는 사회적 비용의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추첨제’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나 절실함을 반영하지 못하고, ‘자격 제한’은 형평성을 높이지만 대리 구매 같은 편법을 낳는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단순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암시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대신, 서비스의 특성에 맞는 정교한 시장 설계가 필요하다. 첫째, 동적 가격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항공권 등에도 유용하게 쓰이다시피 다양한 시점을 분석하여,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절하여 초과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둘째, 추첨제와 본인 인증제를 결합하여 줄서기 비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1인 1회와 양도 제한을 걸어 사재기 유인을 애초에 차단하는 것이다. 셋째, 아예 리셀을 공식 리셀 플랫폼에서 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통해, 투명하게 거래 이력을 추적하고 과세 기반을 마련하여 정보 비대칭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가격은 단순한 숫자 값이 아니라, 자원의 흐름을 안내하는 신호등이다. 인위적으로 이 신호를 끄면 시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은 밤을 새워 줄을 서거나 편법을 찾으며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정가가 공정하다는 착각 속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비로소 줄서기 대행과 리셀 광풍 뒤에 숨은 시장의 차가운 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기가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