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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의 결정: 규제는 만능이 아니다

글쓴이
강병주 2026-05-27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배경
2024년 전국 무주택 가구는 약 960만 가구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고, 서울은 절반이 넘는 51.9%에 달했다. 유독 서울이 무주택 가구가 많은 건 높은 집값에 기인한다. 실제로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는 10억원을 돌파하며 지난 6년간 30%가 넘는 상승폭을 보였다. 10억원, 월에 중위소득(288만원)만큼 버는 근로자가 한 푼도 안 쓰고 29년을 버텨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 서민이 서울에 집을 사기에는 매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정부는 높아진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다주택자 규제를 꺼내들었다.


규제 내용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이 중단됐으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5월 9일자로 종료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를 언급하며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였고,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으로 집값 하락을 위해 통제를 언제든 늘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투기수요 전체를 겨냥한 메세지로서, 규제와 세금이라는 두 카드를 앞세워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의 혁파’라는 기치 아래,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게 최선일까? 규제와 세금은 사후적 처방으로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른 원인은 다른 곳에 존재한다. 그 원인을 찾는 것부터 해법이 시작되므로, 서울 주택 가격의 본질을 알아보고자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수요와 공급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역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원리다. 서울의 높은 주택 가격 역시 수요가 몰리는 반면, 공급이 부족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걸까.
우선 양질의 일자리가 서울에 집중된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있다. 높은 소득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울로 이동하고, 넘치는 수요는 경기·인천으로 퍼져 수도권 전체의 집값을 끌어올린다. 인프라의 차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공연·전시장·팝업 등 문화시설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팬들은 서울 방문이 필수적이다. 종합병원, 유명 일반병원 역시 수도권에 상당수가 위치해 높은 서비스 수준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동하여 지역간 의료 수준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좋은 일자리와 좋은 인프라, 그 속에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가 서울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 다양한 이점들을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을 기대하고 서울 자가에 매달린다. 결국 실제 메리트와 가격 상승을 예측하는 투기 수요가 결합해 서울 집값을 올린 것이다.


해결방안: 수요를 분산하라
경제학에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이면 된다. 공급 측면을 살펴보자. 서울은 주택 과밀지역으로 신규 건설이 어렵고 아파트 재건축도 최소 수년 이상 걸리므로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규제에 대한 의문도 같은 맥락이다. 일시적 집값 하락이 가능할지라도,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집값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수요를 분산시켜 집값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여기서 수요 분산은 비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을 의미한다. 이는 어려운 일이지만, 양질의 일자리와 생활 여건이 갖춰진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첫째,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자. 기업은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법인세 감면, 연구·기술 지원, 정착 프로그램 등 좋은 혜택을 담은 패키지를 제공해 지방 이전이 실질적 이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산단의 구성이 필요하다. 독일은 각 도시마다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며 상호 보완하는 다극 체제이며, 수도권 인구 비율은 7.4%로 50%가 넘는 한국에 비해 매우 낮다.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간 연계를 돕고 경영의 자유를 보장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의 추가가 아닌, 규제의 완화가 기업 성장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지방 인프라를 통합하자. 광역시를 중심으로 의료·교육·문화 인프라를 확충한다면 인근 수요를 모을 수 있다. 예산 낭비 및 각종 시설의 분산 없이 효율과 효과 모두를 달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지방 기업과 근로자의 인프라 수혜, 필요한 시설 투자에 집중해 지방 경제가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