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극복, 기후변화의 돌파구는 시장이다!

박상훈 / 2024-11-20 / 조회: 37

작년 이맘때 즈음, 경영학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캐즘(chasm)’이라는 단어를 외웠던 기억이 있다. 캐즘이란 제품의 주 소비층이 얼리 어답터(early adaptor)에서 다수 일반인으로 이동하기 직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 시점에서 캐즘은 누구나 알만한 단어가 되었을 것이다. 한동안 뉴스에 오르내렸던 전기차 캐즘 때문이다.


캐즘의 이유는 무엇일까? 살 사람은 다 샀기 때문이다. 얼리 어답터는 제품의 새로움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만, 다수 일반인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가성비와 안전성을 따지며 합리적인 소비를 원한다. 즉, 소비의 원동력이 다르다. 시장 초기엔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추가 수요를 창출했다. 수요공급 곡선에 따른 기초적인 정책이었다. 하지만 보조금이 줄면서 소비자의 선호는 다시 내연기관을 향했다. 일련의 전기차 화재 보도는 전기차를 향한 관심의 불씨마저 진압했다.


그럼에도 자동차의 전동화는 겪을 수밖에 없는 미래다.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과 급변하는 기온을 모두가 느낄 것이다. 11월 초에는 이례적인 태풍 소식까지 있었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가시화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그 해결책의 첫 걸음으로써, 탄소배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송부문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강압적으로라도 전기차를 선전해야 할까? 내연기관 차량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어떨까? 안타깝지만 시장은, 우리 세상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만약 해당 정책이 실시된다면 물가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정부는 지지율을 하락시킬 정책을 굳이 수립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시장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사회문제는 '전기차’라는 시장을 열었다. 반대로 시장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IT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시장은 온라인 교육의 기회를 포착했고, 비교적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앞세워 효과적으로 정착, 교육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신약 개발은 큰 수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바이오 기업은 자발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왔다. 기후변화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소비자가 원하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인류는 '더 나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세상은 스스로를 놀라게 만들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고, 우리는 이를 뭉뚱그려 혁신이라 부른다. 바야흐로 17년 전,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며 세상을 혁신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존재했고, 이후에도 기존 휴대전화를 선호하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스마트폰은 세상을 잠식했다. 이는 더 저렴하거나, 더 오래가거나, 전화가 더 잘 되기 때문이 아니었다. 애플리케이션의 도입을 통해 기능의 폭발적인 확장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은 더 나은 것이 아닌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무언가’였다.


스마트폰의 사례에서 캐즘 극복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혁신을 제시하는 것. 그렇게 물꼬를 트면 수요가 시장을 견인하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며 세상은 크게 변화한다. 다시 전기차로 돌아가보자.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건 충전방식의 변화나 약간의 체감 차이 뿐이다. 결국 '더 나은 것’의 잣대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비교하게 되고, 전기차의 성공을 보장하긴 어렵다. 혁신이 필요한 순간이다. 세상은 자율주행의 등장을 혁신의 시작으로 점치고 있다.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를 넘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인의 공간으로 변모하는 시점이다. 해당 시스템은 전력을 기반으로 할 때 효과적으로 구동되므로 자율주행과 전기차의 궁합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혁신적인 제품은 시장을 바꾸고, 시장의 변화는 세상을 바꾼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담론 앞에서 개인과 기업, 정부 각각의 역할이 강조된다는 말이다. 개인은 혁신에 대한 수요를 주장하고 기업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응답하며, 정부는 적절한 제도 마련을 통해 개인을 위협하지도, 기업의 발목을 잡지도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은 현실로 다가오기엔 아직 부족하다. 기초가 되어줄 전기차와 배터리의 경제성, 안전성 문제도 극복이 필요하다. 세상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혁신이 등장해 돌파구가 되어 주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본인의 자리에서 충실하기를 기대하며, 변화할 미래의 모습을 감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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