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의사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의사 부족 문제의 주된 쟁점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대다수의 의사와 의료기관이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지방에는 의사와 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른바 필수과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비뇨의학과)의 수련과정을 이수하는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계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증원 등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논쟁만 심화될 뿐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아 의사 부족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의사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의 시장경제원리를 억압해온 국민건강보험제도에 있다고 확신한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병 예방, 진단, 치료, 재활 등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에 대하여 보험 급여를 실시하는 제도” 라고 정의하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험 급여를 실시하는 "건강보험제도"가 “수가제도”와 “강제지정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수가제도란 정부가 개입하여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제도이고, 강제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을 강제로 수가제도에 따르게 하는 제도이다.
예컨대, 정부가 엑스레이 촬영 가격을 만 원으로 지정하면 (수가제도), 모든 의료기관이 엑스레이 촬영 가격을 만 원으로 정해야 한다는 식이다(강제지정제).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에 그 가격을 사업자가 마음대로 정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수가제도와 강제지정제가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수가제도로 정해진 의료 서비스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 보니, 성실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온 의사와 의료기관이 오히려 적자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수가를 높게 측정할 경우 국민이 지불해야 하는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보장 폭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건강증진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이 져야 할 책임을 의사와 의료기관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해버린 것이다.
의사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져야 할 책임을 의사와 의료기관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해버린 결과, 의사들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 필수과 대신 대부분의 시술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교적 가격설정이 자유로운 피부과나 성형외과에 몰리게 되었고, 의료기관도 적자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술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외상센터의 건립을 회피하게 되었다.
한편 정부가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철저하게 통제하여 저가에 고정시킨 상태이다 보니 환자에게 고품질·고가격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의사와 의료기관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저가의 의료서비스를 최대한 많은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구조가 되었다. 즉, 의료서비스의 품질 보다는 환자수에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인구수가 적은 지방 보다는 인구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수익을 내기 쉬워졌고, 자연스럽게 의사와 의료기관도 수도권에 몰리게 되었다.
혹자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의사가 돈 욕심을 부리다니 괘씸하다”는 식으로 의사들을 비난하지만, 자신의 노력에 대해 응당한 대가를 바라는 것은 사람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구이기에 이를 억압해서도 안 되고 애초에 억압할 수도 없다. 이미 우리는 개인의 욕구를 억압하려는 여러 시도들(금주법 등)이 철저히 실패하는 것을 수 없이 많이 봐왔다. 또한 개인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욕구를 실천하기 위한 자유를 보장했을 때 사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개선되는지(영국의 산업혁명 등)도 봐왔다.
만약 우리사회가 “공동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의사와 의료기관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의사 부족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의사 부족 문제는 오직 의사들과 의료기관의 있는 그대로의 욕망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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