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vs 암표 : 암표가 시장을 살린다?

최현종 / 2024-05-10 / 조회: 202

'국민 여동생’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지금까지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아이유씨가 지난 콘서트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문제는 콘서트 전부터 암표와 부정거래를 통한 티켓팅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강도 높은 정책들 때문에 빚어졌다.


아이유씨의 소속사는 콘서트의 인기가 높은 만큼 암표와 부정거래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본인 인증과 더불어 “암행어사 제도”를 실행하였다. 암표를 신고하면 신고자에게 취소된 티켓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인을 통한 대리 티켓팅은 불법 거래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소속사는 정상적으로 지인과 거래하였음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다각적으로 요청한다. 한 팬은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정상적으로 예매를 완료하였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부정거래로 간주하여 공연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당사자는 억울한 상황을 개인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였고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화살의 방향은 소속사로 향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사과와 함께 “암행어사 제도” 폐지를 선택했다.


국내 여자 솔로 가수 중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유씨 마저도 암표와의 전쟁에서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팬들과의 신뢰관계 마저 흔들리며 이미지에 타격 또한 입고 말았다. 아이유씨를 비롯해 크고 작은 팬덤을 이끄는 다른 스타들의 공연 티켓은 지금도 암표와 부정거래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측면으로 보면 암표는 적어도 “필요 악(惡)”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재화, 즉 공연 티켓에 대해 공급보다 많은 수요자가 몰리는 경우,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암표는 이런 상황에서 암표 판매자에게 투입된 노력 비용, 수요자의 규모에 해당하는 만큼 암표의 가격을 책정해 판매한다. 만약 이 티켓을 소비자가 구매한다면 새로운 잉여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배분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결과까지 가져온다.


오히려 암표를 막는다면 소비자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임영웅씨의 공연을 보고자 하는 할머니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할머니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은 있지만 반대로 온라인 예매에는 익숙하지 않아 공연 예매에 실패했다. 하지만 암표를 통해 웃돈을 지불하더라도 티켓을 구매하여 원하는 공연을, 원하는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수요자 본인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을 티켓 가격에 포함한 것과 같다. 할머니는 원하는 공연을, 암표 판매자는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스타와 소속사가 일부러 시장 경제의 비효율성을 유발하고자 티켓 가격을 제한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스타와 소속사도 수요를 반영해 최초 티켓 가격을 충분히 높게 설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대중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바라봐주는 대중이 있기에 그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반겨줄 팬과 대중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암표 판매 또한 경범죄 처벌 대상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사례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필자의 경험을 하나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국 여행 중,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이미 일반 표는 모두 매진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구단의 공식 경로에 해당하는 옥션을 통해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시즌 티켓을 보유한 고객 중에 해당 경기를 관람하지 않고, 표를 팔고자 하는 고객은 옥션을 통해 표를 판매할 수 있고, 일반 표를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해당 표를 구매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물론 일반 표 보다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기존 티켓 보유자도 당일 경기에 대한 티켓 값을 보전할 수 있었고, 필자 또한 경기를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었다. 통제되지 않는 암표와 부정거래보다는 판매자의 관리 하에 이런 방식이 탄력적으로 운영된다면 지금의 상황보다는 배분의 효율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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