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IMC 전략을 짜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어진 과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골라, 해당 제품/서비스의 마케팅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이다. 필자가 속한 팀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를 주제로 삼았다. 스포티파이는 해외에서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데, 유독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미 국내에서 인지도를 꽉 잡고 있는 ‘멜론’과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률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점유율을 늘려간 ‘유튜브 뮤직’에 밀려서다.
모바일인덱스에 의하면 2023년 12월, 유튜브 뮤직이 멜론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추월했다. 이 사실은 한국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멜론이 다음 달에 바로 1위를 되찾았지만, 철옹성 같던 멜론을 무너뜨린 앱이 토종 음악 앱도 아닌 유튜브 뮤직이었다는 이야기에 시장이 들썩였다. 올해 3월, 유튜브 뮤직은 또 한 번 멜론을 따돌리고 1위 자리에 앉았다. 소비자들을 움직이게 한 건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음악 앱이 무료’라는 인식이었다. 소비자들은 유튜브 뮤직을 유튜브 프리미엄의 부가 서비스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에서 구매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 바로 가격이었다. 실제로 한 팀원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해당 음악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유튜브 뮤직의 성공 요인은 바로 편리함에 있다. 이제는 국내에서 유튜브를 안 보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고, 유튜브 프리미엄은 필수 구독 서비스가 되었다. 이미 구독하는 서비스에서 음악 앱도 제공한다는데, 싫어하는 소비자가 어딨겠는가.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두 번 뺏은 1위 자리가 아예 유튜브 뮤직의 고정석이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소비자는 원하는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기업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고려해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잘 활용한 사례다. 유튜브 뮤직은 앞으로 더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유튜브 뮤직의 성공기가 밝고 희망차게 보일 것이다. 소비자의 심리를 잘 파악한 똑똑한 서비스. 그럼 시장의 반응도 같을까? 업계는 유튜브의 이러한 판매 방식이 불공정 거래 행위인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며 지속해서 목소리를 높여 왔다. 결국 2023년 2월, 공정위는 구글코리아 현장 조사를 통해 해당 정책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내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이미 피해를 다 입은 상황이라는 불만이 많다. 시장경제의 긍정적인 면 속에 숨어 있던 독점이란 놈이 고개를 내민 것이다.
독점이란 말을 소비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필자는 기업 입장보다 소비자의 입장이 더 궁금했다. 유튜브 뮤직의 독점 관련 기사 댓글 중에는 “경쟁력 없는 회사 도태되는 건 당연한 건데 웬 호들갑? 끼워팔기도 경쟁력임.”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와 비슷한 댓글이 여러 개 이어지는 걸 보면서 기업이 독점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소비자가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의 균형보다 소비자 개인의 편리함과 이익이 더 중요해진다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 공정위가 독점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에 소비자는 어느 정도 동의할까? 평소에 단 한 번도 심각하게 고민한 적 없지만 이제 보니 중요했던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우리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역할과 위치를 충분히 체감하며 살고 있는지, 소비자가 시장경제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유튜브 뮤직의 끼워팔기 논란은 결국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레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뮤직이 독점을 공고히 하면서 가격을 점차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독점 기업은 시장에서 가격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부담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이탈할 것이고, 유튜브 뮤직도 다른 음악 앱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가격 정책을 변경할 것이다. 그에 따라 적정한 가격 선이 형성되고 독점 기업은 이미지가 추락해 업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가격이 너무 비싼데?’라고 느끼는 ‘소비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면, 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이 낮은 경우 독점 기업은 가격을 더욱 자유롭게 인상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덜 민감하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독점을 부추기는 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생각한다. 시장경제에서 소비자는 특정 기업을 좇아가는 존재가 되면 안 된다고. 소비자에겐 기업 반대편에 서서 줄을 팽팽하게 당기는 힘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힘이 가진 무게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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