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근이세요?” 어색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오고 가는 중고 물건과 현금. 퇴근 시간 역 근처에서, 집 앞 편의점 앞에서 종종 보게 되는 광경이다. 당근 거래는 일상 속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동네 사람에게 판매한다는 아주 간단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당근 마켓을 모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 있다. 나 역시도 종종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판매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이 나오면 구매하곤 한다.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집 청소를 하기 좋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당근 거래를 시작한 초창기에 내가 즐겨 하던 것이 바로 당근 나눔이다. 나눔은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주변 이웃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사용하지 않은 머리끈이나 사용하지 않는 캔들 등을 나눔 하곤 했다. 그런데 정말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나눔에 화가 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물건을 무료로 올려두면 이를 잘 사용할 사람들이 가져가고, 물건을 받을 때 감사의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물건을 제값에 올렸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됐다. 약속 시간을 30분 가까이 지키지 않는 사람, 감사 인사조차 하지 않고 물건만 가져가는 사람, 물건을 되팔려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모조리 가져가는 사람… 물론 기분 좋았던 거래도 많았지만, 영 만족스럽지 않은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점점 나눔에 회의적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다른 당근 이용자에게 좋은 팁을 얻게 되었다.
나눔을 하려고 마음먹은 물건을 아주 조금이라도 가격을 붙여서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구매자와의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돈을 받지 않고 물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후 해당 방식대로 낮은 가격이라도 붙여서 물건을 올렸더니, 화가 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오히려 큰 만족감을 얻는 일이 많아졌다. 왜 좋은 마음으로 물건을 무료로 올렸을 때보다 가격을 붙였을 때 오히려 만족을 얻는 일이 많았을까?
보통 나눔을 할 때 판매자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물건을 빠르게 비웠다는 만족감, 이웃에게 듣는 감사 인사, 이웃 간에 서로 지키는 예의 같은 것이다. 이것은 당근 나눔 시장에서 판매자가 얻고자 하는 최소한의 가격과 같다. 그런데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게 되면 해당 가격을 지불할 생각이 없는, 정말 ‘무료’로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자들까지 모이는 초과수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당근 나눔의 경우 보통 먼저 연락이 온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기 때문에, 누가 나에게 해당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무료가 아닌 판매자가 얻고자 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가격으로 물건을 올렸을 때, 이를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구매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물건의 가치를 가격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을 때, 거래의 만족은 극대화되지 못한다. 오히려 물건의 가치에 적합한 가격을 매기고, 균형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때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의 만족이 가장 극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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