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산책하던 길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거닐던 중 내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직 장사하고 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아직 장사하고 있다니 감상이 남달랐던 터라, 동네의 다른 가게들은 어떤지 쭉 둘러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늘 생각 없이 지나던 길이었지만, 가게들에 집중해서 걷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저기는 참 맛있었는데, 아직도 계속 장사하네?” 또는 “아 저기 되게 별로던데, 사라졌군.” 여러 가게를 보며 위의 생각을 반복하던 중 내린 결론이 있다. 몇십년간 그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는 업체들은 하나같이 서비스라든지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고 가성비가 좋은 업체들이었다.
나는 이와 같은 현상을 보며, 생산효율이 좋은 기업만을 걸러주는 시장경제의 선물, 일명 시장 경제의 거름망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시장경제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진 예산 내에서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소비 상품을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윤을 늘리기 위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높은 품질의 제품을 다른 기업보다 더 저렴한 방법으로 생산하려 노력한다. 즉, 시장경제에서 기업 간 경쟁은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이러한 경쟁은 결국 소비자에게 효용이 높은 것을 제공하는 기업만 생존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반대로 하자면, 소비자에게 좋은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자연스레 도태되고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비용을 줄이지 못하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을 시장에서 가려내는 시장경제의 기능이 거름망과 유사하기에, 이를 시장경제의 거름망 효과라고 칭하겠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적용된다. 앞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더 큰 효용을 줄 수 있는 것을 선택 한다고 했다. 이를 주식시장에 대입하면 주식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인 주식 투자자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선택하는 것이 되겠다. 이렇게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의 주식 수요는 증가하는 한편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의 주식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즉,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기업가치가낮은 기업은 자연스레 도태되는 것이다. 결국엔 주식시장에도 이러한 거름망이 작용해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렇게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살아남아, 생산을 맡도록 하는 시장경제의 방식은 우리에겐 축복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유한한 자본, 노동 등의 생산 자원이 창출할 수 있는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돕는다. 더 높은 효율을 내며 생산하는 기업에 유한한 생산 자원이 분배되는 것이니 말이다. 즉, 시장경제는 가치 생산의 효율이 높은 기업만을 남도록 거름망처럼 걸러내어, 사회의 희소한 생산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장경제의 거름망 효과로 높은 가치를 좋은 값에 살 수 있다. 이는 시장경제가 선물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기업들을 생존시켜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선 이러한 거름망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은 당연히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상태에서만 온전히 발휘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여, 거름망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하게 하는 것부터 없애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분식회계다.
주식시장은 특이한 점이 있다.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기업가치라는 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겠다. 그래서 주식시장의 소비자들은 회계라는 렌즈를 통해 기업가치를 바라보고 투자한다. 그런데 이 렌즈가 잘못되어 소비자가 내린 합리적인 판단에 오류가 생긴다면 어떤가?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이 살아남고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은 도태되게 하는 시장경제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절대 아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시장경제라는 거름망엔 회계라는 파수꾼이자 수행비서가 있다. 그만큼 중요한 회계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시장경제가 좋은 기업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분식회계는 시장경제의 제대로 된 작동을 방해한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원래라면 높지 않았을 수요가 높아져, 가치에 대한 적정 가격이 이루어지지 않게 한다. 결국 경제적 가치가 낮은 기업이 도태되는 시장경제의 이치를 파괴하는 셈이다. 심지어 분식회계가 많아져 회계 투명성이 낮아지게 됐을 때의 결과는 더 참담하다. 낮은 회계 투명성은 우리나라의 기업 가치가 유독 낮게 평가받게 하며, 국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것이다. 이 얼마나 한탄스러운가. 가장 옆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장경제의 축복을 망치기도 하는 것이 회계인 것이다. 그러니 분식회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시장경제의 축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분식회계에 대한 현재의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능력에 따라 제대로 평가받게 하여 좋은 기업이 생존하게 하는 것, 기업의 성장에 대한 동기를 꺾지 않는 것, 그리고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 효율을 내는 것. 그것이 시장경제라는 거름망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것이 곧 우리 경제의 성장과 발전으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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