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의 잘못된 주장 탓에
DDT사용이 금지되자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했죠
해양 생물학자이자 환경 저술가인 레이첼 카슨은 1962년 《침묵의 봄》이란 책을 출간했다. 책에서 그는 살충제로 새들이 모두 죽어 봄이 와도 새가 지저귀지 않는, 말 그대로 조용해진 침묵의 봄을 묘사했다. 카슨은 이런 살충제의 대표 격으로 DDT를 지목했다. DDT는 20세기 중반 가장 많이 사용된 살충제다.
새들이 지저귀지 않는다
태평양전쟁과 6·25전쟁 때 미군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빈대와 이를 구제하는 데 널리 쓰여 지금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에게 DDT는 익숙한 이름의 살충제다. DDT를 개발한 스위스의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는 그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DDT는 어디까지나 살충제로 새의 생태와는 별 관련이 없는 약이다. 그런데도 카슨은 DDT가 새들을 죽인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생물 농축 현상을 들었다. 벌레를 잡아먹으면 새의 몸속에 DDT가 축적된다. DDT가 쌓인 새는 점차 껍질이 얇은 알을 낳게 되는데 그런 알들은 부화율이 떨어지기에 시간이 흐르면 새들의 개체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짓으로 드러난 카슨의 주장
카슨의 이런 주장은 훗날 새들의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엔 모두가 그의 말을 믿었다. 1970년대를 전후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DDT가 금지된 것이다.
DDT는 역사상 가장 값싸고 효과적인 살충제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쓸 수 없게 됐다고 해서 미국 같은 선진국들이 곤란을 겪는 일은 없었다. 돈 좀 써서 다른 살충제로 바꾸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카슨은 미국인이었고 그의 책을 읽고 감동받은 대부분의 미국인 역시 DDT 사용 금지로 곤란해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저개발국의 사정은 달랐다. 열대 지방에서 DDT는 모기의 개체 수를 줄여 말라리아의 발호를 막는 가장 값싸고 확실한 수단이었다. 인도양의 스리랑카와 아프리카 남아공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46년 스리랑카의 말라리아 환자 수는 280만 명이었다. 그러던 게 DDT를 쓰면서 1963년 환자 수가 불과 7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DDT 사용이 금지되자 말라리아 발생이 다시 늘어 1968년과 1969년 사이 환자 수가 250만 명으로 폭증하고 말았다.
남아공에선 백인 정부가 국제적인 압력에도 DDT를 계속 사용했는데 1990년대 민주화와 정권 교체 이후 금지됐다. 그러자 1999년 매해 5000건에 불과하던 말라리아 발생이 별안간 5만 건으로 늘어났다. 스리랑카와 남아공은 물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다. 환경주의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당 국가들이 다시 DDT를 사용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인류가 DDT 금지를 통해 배운 교훈은 환경 문제는 빈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잘사는 나라에선 큰 문제가 없었던 환경 보호 조치가 가난한 나라에선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불러왔다.
가난한 나라의 환경이 더 나빠
환경과 관련한 가장 심각한 인명 피해는 오염된 환경 자체보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다. 인도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낸 인디라 간디는 일찍이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빈곤”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DDT의 사용 금지를 이뤄냈을 때 선진국의 많은 환경 운동가는 자신들의 행동이 새들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더 나아가 인류를 살리는 길이라고 굳게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그 조치는 제3세계 수십만, 수백만의 애먼 인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가 환경 문제에 접근할 땐 환경 자체만이 아니라 그 사회의 사회경제적 조건까지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 환경은 너무도 중요하기에 환경정책을 결정할 땐 환경주의자들의 손에 휘둘려선 안 되며 경제학자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들어 검은아프리카의 아동 사망률이 줄어든 건 이 지역의 경제가 비록 느리지만 얼마간 성장한 덕분이었다. 인간이 환경을 살리려는 이유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인간의 욕망에 있다면 결국 환경 문제의 해법도 경제를 살리는 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열대 지방에서 DDT는 모기의 개체 수를 줄여 말라리아의 발호를 막는 가장 값싸고 확실한 수단이었다. 1946년 스리랑카의 말라리아 환자 수는 280만 명이었다. 그러던 게 DDT를 쓰면서 1963년 환자 수가 불과 7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DDT 사용이 금지되자 말라리아 발생이 다시 늘어 1968년과 1969년 사이 환자 수가 250만 명으로 폭증하고 말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214 | [시장경제 길라잡이] 흥선대원군의 길, 후쿠자와 유키치의 길 최승노 / 2020-04-27 |
|||
213 | [시장경제 길라잡이] 교도소를 정부가 운영해야 하나 최승노 / 2020-04-20 |
|||
212 | [문화칼럼] KBS ‘베끼기’ 문제는 올드미디어 특유의 안일함 탓이다? 이문원 / 2020-04-16 |
|||
211 | [시장경제 길라잡이] 배추의 교훈 최승노 / 2020-04-13 |
|||
210 | [시장경제 길라잡이] 법치가 정의로운 이유 최승노 / 2020-04-06 |
|||
209 | [문화칼럼] 전두환 정권은 우민화 목적으로 ‘3S 정책’을 펼쳤다? 이문원 / 2020-03-31 |
|||
208 | [시장경제 길라잡이] 곡물법의 뼈아픈 교훈 최승노 / 2020-03-30 |
|||
▶ | [시장경제 길라잡이] DDT 금지가 부른 제3세계의 환경 비극 최승노 / 2020-03-23 |
|||
206 | ‘그냥’ 독점과 ‘나쁜’ 독점: 마스크 유통시장 독점화에 대해 권혁철 / 2020-03-17 |
|||
205 | [문화칼럼] 할리우드는 좌익세력이 장악해 우익 콘텐츠는 설 곳이 없다? 이문원 / 2020-03-16 |
|||
204 | [시장경제 길라잡이] 낙관론은 필요하다 최승노 / 2020-03-16 |
|||
203 | [시장경제 길라잡이] 마이크로소프트 독점 소송 최승노 / 2020-03-09 |
|||
202 | [문화칼럼] 중국 엔터가 ‘규모’로 치고 들어오면 K팝은 무너진다? 이문원 / 2020-03-02 |
|||
201 | [시장경제 길라잡이] 개인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최승노 / 2020-03-02 |
|||
200 | ‘마스크 대란’, 정부 개입 vs. 시장 권혁철 / 2020-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