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갈은 쌀 부족 때 정부가 가격 규제해 문제 더 커져, 정부보다 시장이 수요·공급 불일치 잘 해결해요"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역사에서 수많은 교훈을 얻고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깨우친다. 이는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메리 래시 보고서에 나오는 ‘벵갈 전원의 역사’는 우리에게 정부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벵갈의 사례에서 배우는 정부개입 실패
1770년 남부 벵갈은 쌀 수확의 실패로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게 됐다. 당시 벵갈 정부는 곡식의 독점을 금지시켜 상인들의 쌀 투기를 막고 쌀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정책을 펼쳤다. 처음에는 벵갈 정부의 정책이 유효하게 작용하는 듯했다. 곡물 가격이 급등하지 않고 0.75펜스로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쌀 소비가 억제되지 않고 쌀 공급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쌀 부족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었다. 기근 후기에 이르러서는 곡물 가격이 지역에 따라 4펜스까지 폭등했고, 결국 인구의 30% 이상이 굶어 죽는 끔찍한 참사를 초래했다. 이렇게 벵갈 정부의 시장조정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그 뒤로 100년이 지난 1866년에 벵갈은 다시 한 번 기근이 발생, 극심한 식량난을 겪게 되었다. 이때 벵갈 정부는 한 세기 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혀 다른 정책을 펼쳤다. 매점 행위를 통제하지 않고 모든 지역의 가격 변동을 매주 발표해 시장의 거래를 촉진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택과 경쟁이 동시에 작용하며 상대적으로 식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식량의 이동이 활발해졌다. 쌀 공급과 소비가 효율적으로 탄력 있게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기근 후기까지 대규모 아사와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
가격 통제 않자 공급 더 늘어나
1770년에는 벵갈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소비자 선택을 억압하는 정책으로 시장에 간섭했다가 대실패를 한 반면, 1866년에는 그 반대의 정책으로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고 오히려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벵갈이 재난의 반복을 피할 수 있었던 까닭은 시장의 자율성 덕분이었다.
이처럼 경제에서 정부의 지나치고 무분별한 개입은 독이 된다. 정부는 공공재, 국방과 치안, 외부효과 등 시장이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분야를 담당해야 하지 결코 시장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문제는 시장이 해결하게 놔두어야 한다. 이는 벵갈 정부의 1770년과 1866년, 두 가지 선택과 그 결과가 증명한다.
간혹 우리는 정부가 만능 해결사인 양 착각한다. 하지만 정부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며, 완전무결의 절대 조직도 아니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행정기구이지 경제전문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 잘못했다가는 시장의 질서를 흐트러뜨려서 경제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애덤 스미스는 정부의 역할을 국방과 외교, 치안에 한정하는 야경국가론을 주장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가 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거나 개입과 제재의 권한을 가질수록 실패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례로 국가 차원에서 실시한 경제개발계획이 시도하는 족족 실패한 전적이 있지 않은가. 과거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들이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 경제 개발계획을 실시했으나, 우리나라와 대만을 빼고는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중국은 3년 동안 대약진운동을 벌였지만, 경제를 발전시키기는커녕 종전보다 퇴보시키는 결과를 맛봤다.
한국과 대만만 성공한 이유는?
한국과 대만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경제를 기본체제로 하여 적극적인 개방과 무역 활성화를 추진한 덕분이다. 즉, 중앙경제계획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가 한국과 대만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것이다. 정부는 시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경제문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좋다. 경제문제에서 정부는 시장을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장의 주인이 되기보다는 시장이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짜 정부의 역할이다.
■ 생각해봅시다
770년 흉년 때 벵갈정부는 가격폭등을 막기 위해 가격을 통제했다. 가격을 낮게 유지해야 국민들의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격이 낮자 쌀공급이 줄었다. 이때 발생한 기근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1866년 흉년 때 벵갈정부는 가격을 놔뒀다. 높은 가격을 본 공급자들이 쌀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공급도 늘고 가격도 떨어졌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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