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발전해가는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골목의 위상은 나날이 오르고 있다. 과거 음침하고 구석진 공간을 상징하던 골목은 개성있는 사업자들이 진입하여 뜨는 상권으로 바뀌는 공간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도시의 노동자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그들의 요구 수준에 걸 맞는다면 기꺼이 돈을 쓰는 소비성향이 다른 어떤 곳보다도 높다. 전통적인 상권들이 하나 둘씩 흔들리면서 이러한 새로운 상권들이 도시의 소비 중심지로 떠오른 것이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뜨고 있는 골목의 상권들을 찾고 있고 여기에서 더 높은 수준과 새로운 경험을 하길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권지의 가게들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더 차별화 된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바로 이러한 현상들이 도시의 소비와 문화의 수준을 끌어 올리고 있다.
그렇다. 이제는 더 이상 골목상권은 과거와 같지 않다. 과거에 골목상권이란 그저 밥을 먹거나 물건을 사는 공간이었지만, 사람들이 골목상권을 찾는 이유는 과거의 이런 직접적인 목적에서 간접적인 이유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기술과 사회 환경의 변화에도 기인한다.
이커머스의 발전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쇼핑이 본격화 되면서 이커머스는 그 영역을 점점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옛날에는 물건을 사려면 바로 그런 골목상권으로 향해야 했다. 옷을 사려면 동대문 쇼핑몰 같은 곳을 가야 했고 전자제품을 사려면 용산 등지로 가야 했다. 그러나 옷이나 전자제품을 사려고 이제 그곳을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모든 것을 인터넷을 주문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람들이 매장을 찾더라도 어지간히 급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이상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지, 가게에서 바로 고르는 경우는 그 빈도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 그리고 식당 또한 간편식의 등장으로 인해 비슷한 경쟁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골목 상권을 찾는 것은 거기에서 소비를 통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칭 ‘뜨는 상권’들이 그렇다. 연남동, 망원동, 을지로 등의 뜨는 동네들은 상권 자체의 분위기에 더해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가게들로 채워져 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이런 골목 상권을 찾는 것은 맛있는 밥과 커피가 있어서기도 하지만 단순히 위장을 채우거나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그러한 행위 가운데에서 그러한 분위기와 경험, 문화 등을 소비하는 것이다. 즉, 골목상권은 일종의 테마파크처럼 소비자층에 인식이 되어가고 있다.
해외여행을 나간 사람이라면 그 나라의 색다른 문화와 분위기를 경험하며 거기에서 얻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문화와 경험을 즐기기 위해 지역의 가게들에서 소비를 하며 그 경험을 체험하곤 한다. 그래서 대자연을 체험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이상 방문한 도시의 유명한 가게들을 이용하며 길거리를 걷고 거기서 소비를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의 길거리와 골목을 돌며 그러한 경험을 하고 거기에 소비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감안할 때, 한국의 대도시들과 그 안의 골목 상권들은 우리나라의 경제 위상과 수준에 걸 맞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을까? 어떤 곳들은 그러하지만 다수는 그러하지 않기도 하다.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신규 자영업자들의 사업 준비기간에 대한 통계에서 3개월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정도의 짧은 기간은 아이템이나 상권, 소비자 수요 등을 분석하고 경쟁력을 갖추기엔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다.
현대 도시의 소비자들은 갈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그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골목상권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경험과 서비스다. 그저 가게 하나일 뿐이라 생각하겠지만 결국 그것들이 모여서 상권이 되고 도시의 일부가 된다. 소비자들은 더 좋은 경험과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골목 상권이 제공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그에 맞춰 더 높은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더 나은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김영준 / 도시평론가(<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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