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의견

이승길 / 2003-06-17 / 조회: 3,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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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7
No.01
 
1. 개정안의 배경과 초점

최근 산업현장에서 논란이 되는 근골격계 질환은 작업공정의 기계화'자동화 및 컴퓨터 보급의 확산,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작업환경의 변화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근골격계 질환’(WMSD: Work-related Musculoskeletal Disorders)이란 단순반복작업이나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불편한 자세 등으로 목과 어깨, 허리, 팔, 팔꿈치, 손목, 손 등의 신경'근육 및 그 주변 신체조직 등에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종래에는 VDT 증후군, 견경완 증후군이라고도 불렸다.

근골격계 질환이 전체 산업재해의 직업병에서 1998년에는 6.7%정도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33.7%(1,827건)로 급증하였고, 그 질환자도 2001년에는 1,634명이었으나 2002년에는 1,827명(11.8% 증가)으로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전체 근골격계 환자중 40% 이상이 ‘조선’과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재보상비, 간접비용 지출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어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정부(노동부)는 2002년 5월 2000년의 경우 총 1천 9명의 근골격계 질환자가 발생해 1인당 2천9백여 만원 총합계 3백 억원의 직접 손실액이 발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대한인간공학회가 2002년 10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에 따른 직접'간접적 비용은 2014년경이 되면 그 질환자수가 2만 7천명 정도에 1조4천 원~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정부(노동부)는 지난해 12월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2003년 7월 시행)하여 ‘사업주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 등을 새로이 법제화하였다. 즉,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상의 조치) 제1항 제5호에서는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을 위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였고, 또한 이의 위반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란 과중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사업주가 하여야 할 보건상의 조치사항은 ‘노동부령’으로 설정하도록 하였다(법 제24조 제2항).

이에 근거하여 최근 노동부는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이기 위해 사업주의 예방의무를 구체화한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하 ‘보건규칙’이라 한다)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2003. 4. 2. 노동부공고 제2003-42호). 동 보건규칙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3장 11개조(제288조~제298조)로 구성된 제13편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예방’을 마련하였다. 이 편을 마련한 취지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를 부과하고, 화학물질 등에 의해 발생되는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한 기준 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주요한 내용은, (ⅰ)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근로자를 종사시키는 경우 유해요인 조사, 의학적 관리, 교육, 근골격계질환 예방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한 사업주 의무 신설, (ⅱ) 중량물 취급작업의 중량물 제한기준의 제시, (ⅲ) 관리 대상유해화학물질 확대(107종→168종), 생물학적인자에 의한 감염병 예방조치 신설, (ⅳ) 사무실 환기시설 기준 신설, (ⅴ) 농약'이상기온'밀폐작업의 범위를 산소결핍공간 뿐만 아니라 화재 폭발의 위험이 있는 공간으로 확대하고 유해가스로 인한 중독 등의 관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가 있을 것이다.

2. 문제점과 개선안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보건규칙 개정안’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면서 그 개선방안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개념을 ‘보건규칙’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란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으로 그 조문 자체가 불명확하다. 한편 보건규칙안에서는“작업량, 작업속도, 작업강도 및 작업장 구조 등에 비추어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작업으로서 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작업”이라고 약간 부언해 정의하였지만 이 또한 불명확해 사업주의 예방의무작업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작업’으로 재위임함으로써 노사의 법적용 예측 가능성을 어렵게 하여 노사간의 갈등 및 사업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사실 근골격계 질환은 ‘비작업 관련 요인’(퇴행성 요인, 나쁜 자세습관, 가사노동 등 개인적 요인, 정신심리요인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등 ‘작업 관련성’(유해인자, 작업조건 등)이 불분명하고 발생원인에 대한 신뢰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근골격계 질환과 근무와의 연관성 내지 원인성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도 계속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업주의 예방의무가 금년 7월부터 시행되므로 ‘보건규칙’에 부담작업 및 적용범위를 합리적'객관적인 정의규정을 명문화해 적용상의 혼란을 방지하고, 구체적인 기준설정시 업종별'직종별로 세분화해야 한다.

둘째, 골격계질환의 판정기준 및 일관된 판정의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근골격계 질환’은 대부분이 근로자 자신의 통증호소에 따라 판정되며, 그 기준도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서 검진기관 및 검진의사의 주관에 따라 유소견율과 진단명에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하는 등 판정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주의 법적 의무를 애매모호하게 명문화한다면 불필요한 노사간의 갈등 및 기업의 국가경쟁력의 저하 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불명확한 판단기준 및 업무관련성 평가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아 많은 업종에서 작업성 질환과 구분되지 않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근로자가 작업성 질환의 판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조합도 집단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여 노사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이다. 그리고 이 질환으로 적지 않은 산재환자가 양산되어 기업도 그들이 자리를 비움으로 인하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비용부담 등이 일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을 판단할 경우 신체부위별'질병명 등으로 업무상 질병분류 체계를 세분화하고, 일관된 판정을 확보하기 위한 객관적인 측정 도구 및 표준화된 진단기준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도한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작업종사 기간과 업무내용을 종합평가해 직업병을 인정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상 질병을 심의할 경우에는 임상'산업의학'인간공학의의 심의를 포함하고, 방사선 검사결과는 반드시 ‘방사선 전문의’가 판독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작업과 근골격계 질환과의 관련성 및 주치의사의 의학적인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심의하여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 근골격계 질환자의 요양 방법을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입원치료 중심에서 질환의 경중에 따라 입원 치료, 통원 치료, 근무중(작업장내) 치료 등 다양하고 세부적인 요양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용자 외 근로자'노조도 예방의무노력에의 참여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사업주’가 작업환경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프로그램을 작성ㆍ시행하는 예방의무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당 ‘근로자 및 노동조합’이 사업주의 예방프로그램 시행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개선의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및 노동조합’도 사업주의 예방프로그램 시행에 참여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모든 징후가 아닌 징후의 경중에 따라 의학적 조치를 실시하여야 한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의한 모든 징후를 호소하는 근로자에게 의학적 관리나 작업 전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 그 질환자수가 엄청난 규모로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기업의 불필요한 인력 및 행정 소모가 뒤따르고 노사간에 갈등을 겪을 소지가 있게 된다. 따라서 징후를 호소하는 모든 근로자가 아닌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의한 ‘징후의 경중에 따라’ 의학적 관리를 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작업환경 개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근골격계 질병자 10명 이상'은 ‘동종업종 평균발생율 이상’인 사업장으로 개정하고, 발생 관련 노사 이견시 예방관리프로그램 작성 시행명령은 ‘삭제’해야 한다. 노동부장관은 작업 관련 (ⅰ) ‘근골격계 질병자가 1년에 10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 (ⅱ) ‘근골격계 질병자 발생과 관련해 노사간의 이견이 있는 사업장’에는 사업주에게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한 유해요인조사, 작업환경개선, 의학적 관리, 교육'훈련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말함)을 작성해 시행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자는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간의 형평성 시비를 초래할 수 있고, 또한 후자는 정부가 관여함으로 노동조합의 목적성 정책에 악용될 우려가 크고 노사 간에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자는 ‘근골격계 질병자가 동종업종 평균발생율 이상인 사업장’으로 개정하고, 후자는 관련 부분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요약과 결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을 통하여 마련된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된 문제는 노사 모두에게 카다란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근골격계 질환의 현황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서 적절하게 현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경제'기술 수준에 있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외국보다 앞선 내용을 입법화함으로써 기업 경영상 애로와 비용부담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노사간의 마찰에 따른 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있으므로 관련 규정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의학적 판단기준이 애매모호해 최근 조선'자동차업종의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오십견 등 질환에 집단 산재요양 신청이 잇따르고 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개인 질병까지 업무상 질병으로 대체로 승인하고, 이에 입원이 필요하지 아니한 환자까지 입원을 하고 있으며 취업 치료가 가능한 환자까지도 장기간 통원치료를 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요양이 시작되면 일반 사고성의 산재요양자보다 산재요양기간이 장기화되고, 일부 대기업에 종사하는 근골격계 질환자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휴업급여’(평균임금의 70%이상) 외에도 단체협약에 의한 ‘생계보조비 명목의 보조금’(20~30%)을 지급 받고 있어 요양 전 자신의 임금 또는 현장의 정상근무자의 임금보다도 10%~50%를 더 받는 모순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로 인하여 일부 주치 의사와 동조해 산재요양자가 장기요양을 하게 되고, 이는 ‘조기 작업복귀’가 안 되는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의 적용범위와 판단기준의 개념을 획정하는 작업은 중차대한 문제로서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근골격계 질환문제는 노사 모두 많은 관심을 갖고서 그 예방 활동에 중점을 두어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정부도 우리 기업 현실을 고려해서 근골격계 질환자의 도덕적 해이와 그 질환과 관련된 노사간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기업친화적으로 합리적'객관적으로 세분화된 판단기준(인정기준)과 평가기준(심사기준)을 신중히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승길 (한국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노동법제실장,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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