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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의 결실, 미래세대의 국부로 남겨야

글쓴이
최현조 2026-11-02 , SWTV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세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법인세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478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예상보다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산업경기가 꺾이면 지금의 세수 증가도 지속되기 어렵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당장의 지출에 사용할 것인지,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남길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호황기에 확보한 재정 여력을 활용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입을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해외 금융자산에 투자해 장기적인 국가 자산으로 전환했다. 기금의 장기 예상 실질수익률을 기준으로 재정지출을 관리하며 자원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왔다. 반면 대만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관리에 활용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예산보다 더 걷힌 세금을 바탕으로 신규 차입을 줄이고 기존 채무를 상환했다.  


한국도 늘어난 세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 국가채무를 줄이는 것도 미래에 대비하는 방법이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당장의 재정사업에 사용하는 자금은 지출과 함께 소진되지만, 장기투자에 활용하는 자금은 운용 성과에 따라 미래에도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를 선택한다면 일시적인 재정지출보다 자산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은 정부의 단기적인 재정지출과 구분해 독립적인 국부펀드 계정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반 재정은 매년 정책적 필요에 따라 지출 규모와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국부펀드는 적립한 자금을 별도의 투자계정에서 관리하고, 정부가 단기적인 재정 수요에 따라 임의로 인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처럼 장기적인 운용 목적을 유지할 수 있는 독립성이 필요하다.  


국부펀드는 해외 분산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원을 국내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하면 산업경기의 변화에 따른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해외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에 분산 투자해 위험 집중을 줄이고 세계시장의 성장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수익성과 위험관리를 고려하는 투자가 중요하다.  


국부펀드의 장기적인 성과는 전문성과 운용 독립성에 달려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는 정부가 장기 투자 목표와 위험관리 기준을 정하되 개별 투자 결정은 전문 운용조직에 맡기고 있다. 한국도 정부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직접 선정하기보다 전문 운용조직이 수익성과 위험을 기준으로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판단이 아닌 전문적인 투자 결정이 장기적인 성과를 뒷받침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미래세대의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당장의 지출에 소진하지 않고 독립적인 국부펀드를 통해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입을 미래의 자산으로 축적했고, 대만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관리에 활용했다. 한국도 지금의 재정 여력을 미래세대에 물려줄 국부로 남겨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언젠가 끝나지만, 그 성과를 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지는 오늘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