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가 전세 말렸다"…세입자 보호 딜레마 `국회서 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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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10-26 , 파이낸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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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아파트 실거주 의무 제도가 오히려 전세 물량을 급감시키고 세입자의 주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자유기업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누구를 위한 실거주 의무인가: 전월세 대란 가져올 규제 딜레마와 해법’ 정책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의 거주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택 선택권을 보장하고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 의원은 개회사에서 세입자가 사는 주택을 매매하면 새 소유자의 실거주 의무와 기존 임대차계약이 충돌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지난 9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기한을 2027년 말까지 늘리고 갱신계약까지 유예 범위를 넓힌 것 자체가 규제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거주 의무로 임대 가능한 주택이 줄어든다면 전월세 시장의 공급 부족과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며 “규제의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그 부작용까지 국민에게 감당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실거주 의무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사면 4개월 안에 입주해 2년간 살아야 하는 만큼, 이직이나 가족 사정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소유자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환영사에서 거주 의무가 다양한 주거 수요를 획일적인 기준으로 묶고, 임대주택 공급을 줄여 세입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정책의 성과는 거래를 얼마나 억제했는지가 아니라 국민의 주거 여건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박유석 한국부동산학회 이사는 거래량 감소를 정책 성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거래 감소에는 정상적인 거래 위축도 섞여 있고, 규제 부작용을 예외와 유예로 메우는 방식은 제도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일률적인 직접 입주 의무 대신 실거주·장기임대·이익공유 가운데 고를 수 있는 선택형으로 전환하고, 지역 전체를 묶는 규제를 개인·거래 단위의 정밀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주거안정은 국민을 집에 묶어두는 정책이 아니라, 투기와 위험은 통제하면서도 국민이 필요에 따라 안전하게 거주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도 대체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가 가격과 세금, 금융을 거쳐 이제는 사람이 어디에 살아야 하는지까지 규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던 규제가 오히려 무주택 임차인의 전월세를 끌어올리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사람이 어느 집에서 살아야 하는지까지 국가가 정할 필요는 없다”며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에서 장기 거주·장기 임대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옮겨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갭투자를 막아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세입자라는 또 다른 실수요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우려했다. 집값 문제를 투기 문제로 진단한 것부터 잘못됐고, 본질은 초과수요와 공급 부족이라는 것이다.
배 교수는 올해 12월 31일 만료되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기계적으로 연장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연장이 꼭 필요하다면 정부가 지역별 효과와 부작용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민이 어디에 살지는 국민이 정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에서 전세가 사라지는 이유로 입주 물량 부족, 정비사업에 따른 주택 멸실, 가구 분화와 함께 정책 부작용을 꼽았다. 실거주 의무로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고, 다주택자 규제로 전세 매물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전세난에 떠밀린 30대 신혼부부 실수요자의 ‘생존 매수’가 서울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거주 중심 정책이 자리 잡으려면 충분한 주택 공급과 안정적인 전월세 시장, 점진적인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거주의무를 없애기보다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박계관 대전과기대 부동산행정정보학과장은 공공지원이나 가격 혜택이 큰 주택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경우처럼 거주 의무가 필요한 상황도 분명히 있다며, ‘강한 규제냐 폐지냐’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박 과장은 혜택 정도에 따른 의무기간 차등화, 불가피한 사유에 대한 유연성 확대, 일몰제와 주기적인 효과 평가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국민의 주거 선택권을 존중하는 규제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실거주 의무와 민간 임대사업자 규제가 전세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여야에서 나왔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월세난의 근본 원인으로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