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11월 세법 심사 코앞…상속세 개편 ‘부자 감세’ 벽 넘을까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10-10 , 미디어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오는 11월 본격적인 세법 심사를 앞두고 상속세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부자 감세’와 ‘세수 결손’이라는 공방이 되풀이돼 왔지만,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낡은 과세 기준이 중산층의 주거 안정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법정 세율이 오르지 않았음에도 집값과 물가가 오르는 동안 공제 기준을 수십 년째 방치해 일반 가구를 과세망에 끌어들인 결과다. 상속세 개편을 둘러싼 '부자 감세' 논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중산층의 고통을 외면하는 오해와 정치적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영국 “가족 주택 상속세 폐지” vs 한국 “30년 묵은 공제 현실화”


10일 외신 등 정치권에 따르면, 영국의 제1야당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전당대회 폐막 연설에서 “다음 보수당 정부는 그 누구도 가족 주택에 대한 상속세를 내지 않도록 법제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베이드녹 대표는 “애초 초고액 자산가를 겨냥했던 상속세가 이제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을 옥죄는 세금이 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국 국회에서도 여야 경제통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제안한 ‘낡은 과세기준 현실화’에 화답하며 소득세·상속세·양도세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에서 3만6000달러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억 원에서 16억 원을 넘어섰다”며 “하지만 상속세 일괄공제(5억 원)는 1997년 이후 30년째 그대로 묶여 부유세가 중산층 세금으로 둔갑했다”고 꼬집었다.


◆ 과표 10억 이하가 77%… ‘세율 동결’ 뒤에 숨은 자동증세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정책 연구와 과세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자유기업원의 ‘상속·증여세제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속세 부과 결정 대상(2만2524명) 중 과세표준 10억 원 이하 구간이 1만7294명으로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지난 2007년(1971명)과 비교해 18년 새 9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반면 이들의 평균 결정세액은 약 5000만 원 선으로 2007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고액 자산가의 부담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기준선을 갓 넘긴 일반 가정들이 대거 세금망에 걸려든 것이다.


자유기업원은 이를 전형적인 ‘재정적 견인(Fiscal Drag)’에 따른 자동증세로 규정했다. 1997년 5억원의 일괄공제는 2025년 물가 기준 10억2000만원 상당에 달한다. 명목 기준을 30년 가까이 묶어두는 것만으로 실질 면세 범위가 반토막 난 셈이다.


◆ GDP 대비 세수 美의 7배… 11월 조세소위 ‘시험대’


그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2023년 OECD 기준)은 0.7%로, 미국의 7배(0.1%)이자 프랑스(0.8%)에 이어 주요국 2위에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여야가 ‘부자 감세’라는 정치적 낙인찍기를 멈추고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기본공제 현실화 △공제액과 과표를 물가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제’ △OECD 24개국 중 20개국이 채택한 ‘유산취득세(실제 물려받은 몫만큼 과세)’ 전환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상속세를 둘러싼 오랜 진영 논리와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제도를 방치하는 사이, 30년 전 낡은 잣대가 평범한 중산층의 거주 주택까지 잠식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한 세율 인하 찬반을 넘어 멈춰 선 공제액의 현실화와 유산취득세 전환 등 시장 원리와 조세 형평에 부합하는 근본적인 세제 정상화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