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규제 강한 한국에 미국식 사후소송까지... 집단소송제 확대 `규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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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08-27 , 법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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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국회와 법무부가 소액·다수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명분으로 '집단소송제'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사전규제가 강한 한국에 미국식 사후소송까지 얹는 규제 중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유기업원(원장 최승노)은 26일 발간한 입법정책 이슈보고서 「이슈와자유」 제29호 '집단소송제의 이면, 규제 중첩과 과잉 책임'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집단소송제 도입이 기업에 예측하기 어려운 법적 책임을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시장경제 연구·교육기관인 자유기업원 고광용 정책실장이 현재 공개된 국회 법안과 정부 자료, 국내외 문헌 등을 토대로 분석해 작성했다.
◆법사위에 복수 법안 계류… 법무부도 공식 추진과제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소비자 피해 분야를 중심으로 한 법안부터 손해배상청구 전반에 집단소송을 적용하는 법안까지 복수의 법안이 계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4년 12월 박주민 의원안(소비자기본법·제조물책임법·공정거래법·개인정보보호법 등 소비자 손해배상 중심), 2025년 5월 차규근 의원안(대표당사자 집단소송 도입), 2026년 3월 박균택 의원안(손해배상청구 전반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법무부도 지난 8월 5일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소액·다수 피해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제 확대'를 공식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집단소송제가 의원입법 차원을 넘어 정부의 제도개편 의제로 부상한 것이다.
보고서가 특히 주목한 것은 박균택 의원 등 32인이 발의한 '집단소송법안'이다. 이 법안은 현행 증권 분야 중심의 집단소송을 손해배상청구 전반으로 확대하고, 별도로 제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피해자 전체에 판결 효력이 미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법원의 직권 증거조사와 문서제출 명령을 허용하는 한편,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도 새로운 집단소송 절차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소급적용, 가장 먼저 재검토해야할 쟁점
자유기업원은 소급적용을 가장 먼저 재검토해야 할 쟁점으로 꼽았다.
기업은 행위 당시의 법률과 소송제도를 기준으로 책임보험과 충당금, 계약조건, 투자계획을 결정하는데, 새로운 집단소송 절차를 과거 사건까지 적용하면 당초 예측하지 못한 규모의 집단청구와 소송비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기업의 책임을 면제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소급 문제는 국회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절차법의 소급적용이 헌법상 신뢰보호원칙과 어떻게 조화되는지를 놓고 법조계 견해가 갈리는 상황이다.
반면 박균택 의원은 지난 4월 22일 법사위 입법공청회에서 집단소송법 소급적용은 이미 존재하던 의무와 책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소송절차상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집단소송법은 실체법이 아닌 절차법에 해당하므로 소급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옵트아웃, 책임총액을 급격히 키우는 구조
옵트아웃 방식도 기업의 잠재적 책임을 급격히 확대할 수 있는 쟁점으로 지적됐다. 소송 참여 의사를 명시한 피해자만 포함하는 옵트인과 달리, 옵트아웃은 별도로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잠재 피해자 전체가 집단에 포함된다.
플랫폼·통신·금융·여행·개인정보 분야처럼 한 번의 사고로 수십만~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산업에서는 1인당 배상액이 소액이더라도 책임총액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모두투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했다. 약 306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 사건에서 일부 원고에게 인정된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전체 피해자에게 단순 적용하면 금액은 약 3,06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자유기업원은 실제 배상액이 사건별 위법성과 과실·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이는 단순 비교에 불과하다고 전제했다. 옵트아웃 방식에서 피해자 수가 기업의 잠재적 책임총액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라는 설명이다.
◆"사전규제 위에 사후소송… 규제 중첩 우려"
보고서가 강조한 또 다른 쟁점은 한·미 규제환경의 차이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기업활동에 대한 사전적 행정통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위법행위 발생 이후 집단소송과 증거개시, 징벌적 손해배상 등 민간에 의한 사후적·사법적 통제가 기업 규율수단으로 발전해 왔다.
반면 한국은 기업의 진입과 영업 단계에서 인허가·신고·행위규제·감독·검사 등 촘촘한 사전규제가 작동하고, 위반 시 과징금·시정명령·과태료·형사제재가 뒤따른다. 개인정보보호법과 하도급법 등에는 이미 최대 3~5배 수준의 배액배상제도도 도입돼 있다.
여기에 미국식 집단소송이라는 사후적 책임수단을 추가하면 '사전규제→행정제재→배액배상→집단소송'이 겹치는 규제 중첩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자유기업원의 분석이다.
부담은 특히 중소·중견기업과 혁신기업에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의 '2024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보호 조직 보유율은 종사자 250명 이상 기업이 87.0%인 반면 10~49명 기업은 26.2%에 그쳤다.
충분한 법무·보안조직과 보험·충당 능력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최종 판결 이전부터 소송비용과 자료제출, 보험료 상승, 평판 하락 등의 부담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5개 보완장치 제시… "입법 속도보다 제도 균형"
고광용 정책실장은 제도 개선방안으로 △법 시행 이전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 배제 △전면적 옵트아웃보다 옵트인 또는 제한적 옵트아웃 우선 적용 △소송허가·증거수집 단계에서 법원의 엄격한 통제 △기존 과징금·배액배상·형사제재와의 중복조정 원칙 마련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사전 영향평가와 충분한 준비기간 보장 등을 제안했다.
최승노 원장은 "집단소송제의 성과를 단순히 소송 건수나 배상총액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 피해회복 정도와 소송기간, 중소기업의 생존과 신규시장 진입, 기업의 혁신과 소비자가격에 미친 영향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어 "기업책임을 강화하는 것과 기업에 예측하기 어려운 과잉책임을 지우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입법의 속도보다 제도의 균형이 먼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