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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논쟁] 정년연장 논쟁 해법은 무엇인가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6-23 , 이로운넷

고령화와 국민연금 수급 전 소득공백이 맞물리면서 정년연장 논의가 다시 노동정책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인 반면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개시연령은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부터 65세가 된다. 제도상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자 고용연장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다만 해법을 단순히 "법정 정년 65세"라는 숫자 하나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기업원은 최근 발간한 「이슈와자유」 제23호에서 정년을 일괄 상향하기보다 정년연장·정년폐지·퇴직 후 재고용·근로시간 단축 등을 기업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형 계속고용"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 실제 퇴직은 52.9세, 희망 근로연령은 73.4세


정년연장 논쟁의 출발점은 법정 정년과 노동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2025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가운데 생애 가장 오래 일한 주된 일자리에서 이미 퇴직한 비율은 69.9%에 달했다. 이들이 주된 일자리를 떠난 평균 연령은 52.9세였다.


반면 장래에도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한 고령층은 69.4%였고, 희망 근로연령은 평균 73.4세로 집계됐다. 55~79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9%, 고용률은 59.5%였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오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법정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년제의 직접적인 혜택은 대기업·공공부문 장기근속 정규직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큰 반면, 이미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한 조기퇴직자나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저임금 재취업 시장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동일 임금·동일 직무' 65세 연장은 부담 될 수 있어


보고서는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속연수와 연령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에서 고임금 구간의 노동자가 5년 더 조직에 남게 되면, 기업은 신규채용 축소나 승진 지연, 희망퇴직 확대, 외주화·자동화 등으로 대응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원과 채용예산이 제한된 대기업과 공공기관, 고용보호가 강한 업종에서는 세대 간 고용 경합이 더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고서는 KDI의 60세 정년 의무화 분석을 인용해 민간 사업체에서 정년 연장으로 고령자 고용이 1명 늘어날 때 청년고용은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를 고령층과 청년층의 고용이 언제나 제로섬이라는 뜻으로 단정해서는 안 되며, 기업 규모와 산업·직무 특성에 따라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관련 연구도 고령자와 청년층 사이에 약한 고용대체 관계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대로 고령자 계속고용 지원제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고령자 고용뿐 아니라 청년고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관찰됐다.


보고서는 이 차이가 결국 고용연장의 방식, 임금조정 가능성, 기업의 인력운영 여건에 달려 있다고 해석했다.


◆ 해법은 '정년 숫자'보다 다양한 고용경로


보고서가 제시한 대안은 법정 정년을 일괄적으로 올리는 방식보다 계속고용의 경로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정년연장과 정년폐지, 퇴직 후 재고용, 단시간 계속근로, 프로젝트형 계약 등을 동등한 고용연장 수단으로 인정하고, 기업과 노동자가 업종·직무·건강상태·생활여건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핵심은 60세 이후의 고용을 기존 조건 그대로 연장하는 데 두지 않는 것이다. 동일한 직무와 동일한 임금, 동일한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유지하기보다 직무의 책임과 숙련도, 성과, 근로시간을 반영해 별도 근로계약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한 임금 삭감이 아니라 생산성과 보상의 괴리를 줄이면서도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지속시키기 위한 제도 설계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65세까지 정년연장·정년폐지·계속고용 가운데 기업이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정년과 재고용 연령을 구분해 장기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일률적 강제퇴직보다 연령차별 금지와 능력 중심 인사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독일은 연금 수급 연기와 근로소득 인센티브를 결합해 자발적 장기근로를 유도하고 있다.


◆ 청년채용·중소기업 지원 함께 설계해야


정년연장 논의가 사회적 합의를 얻으려면 고령자 보호와 청년층 진입기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제도 도입 이후 청년 신규채용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업 규모와 산업별로 매년 공개하고, 공공기관은 계속고용 인원과 신규채용 총량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에는 한시적인 사회보험 지원과 직무전환·재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되, 기존 연공급 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상시적 임금보전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금 수급을 늦추는 사람에게 가산 혜택을 주거나, 연금과 근로소득을 병행할 때의 불이익을 줄이는 세제 개선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년연장 논쟁의 본질은 "65세까지 모두 같은 조건으로 일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더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있다. 고령자의 소득 공백을 줄이면서도 청년의 채용문을 좁히지 않고, 중소기업의 부담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정년 숫자만 올리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획일적 법정 정년 상향이 아니라 직무와 성과, 근로시간에 맞춘 임금체계 개편, 재고용과 직무전환 지원, 청년채용 영향평가, 연금·세제 인센티브를 묶은 종합적 계속고용 정책이다. 고령자 고용과 청년고용은 반드시 충돌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설계가 미흡하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교한 제도 조합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