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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와이파이의 역설 — 무료의 숨겨진 비용

글쓴이
이내범 2026-05-27

어느 날 오후, 노트북을 들고 단골 카페를 찾은 직장인 김씨는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폐업 안내문에는 "그동안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짧은 인사만 남아 있었다. 그 카페가 이 골목에서 와이파이를 처음 설치했던 가게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는 최근 전국 공공장소 와이파이 확충에 상당한 규모의 공공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공원, 도서관은 물론이고 상업 지구 곳곳에도 무료 공공 와이파이 안테나가 설치됐다. 정책의 명분은 분명하다. 디지털 격차 해소, 정보 접근성 강화, 국민 편의 증진. 누가 이 목표에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일찍이 경고했다. "좋은 경제학자와 나쁜 경제학자의 차이는 단 하나다. 나쁜 경제학자는 눈에 보이는 결과만 본다. 좋은 경제학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까지 본다." 문제는 우리가 '보는 것'보다 '보지 못하는 것'이 더 크다는 데 있다. 공공 와이파이 정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무료 와이파이를 누리는 시민만 보고, 그 뒤에서 조용히 문을 닫는 카페들은 보지 못한다.

시장경제에서 와이파이는 단순한 통신 서비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별화의 언어였다. 2010년대 초반, 동네 카페들이 앞다투어 와이파이를 설치했던 것은 자발적 혁신의 결과였다. 빠른 속도, 안정적 연결, 쾌적한 좌석, 합리적인 음료 가격. 이 요소들이 결합되어 소비자는 선택권을 얻었고, 카페는 경쟁력을 갖췄다. 시장의 가격 신호가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거리 곳곳에 무료 와이파이를 공급하는 순간, 이 경쟁 구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카페 와이파이의 차별적 가치는 점점 희미해진다. 굳이 커피 한 잔을 사지 않아도 거리에서 노트북을 열 수 있으니, 카페가 제공하던 서비스의 희소성이 사라진다. 그 변화가 카페의 경쟁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분명하다. 카페는 더 이상 와이파이만으로 손님을 끌 수 없고,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이다.

이는 정부 공급이 민간 시장의 역할을 대체하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로 설명될 수 있다. 정부가 무상으로 공급하는 재화는 동일한 재화를 제공하던 민간 시장의 수익 구조를 직접 잠식한다. 무료 공공 와이파이가 확산될수록, 동네 카페·독서실·소규모 코워킹 스페이스가 와이파이를 차별화 요소로 삼아 경쟁하던 구조는, 일부 영역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정부는 혁신의 씨앗에 제초제를 뿌리고 있으면서, 꽃을 심고 있다고 착각한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와이파이는 과연 무료인가? 그렇지 않다. 밀턴 프리드먼의 말처럼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공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다. 시민 A는 세금을 내 공공 와이파이를 지원하고, 그 공공 와이파이 때문에 단골 카페의 경쟁 환경이 악화되며, 폐업한 카페 사장은 다시 복지 지원을 받아야 한다. 세금이 시장을 압박하고, 압박된 시장이 다시 세금을 요구하는 구조다.

물론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접근성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민간 공급이 부족한 농어촌·저소득 밀집 지역, 공공시설 중심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이미 민간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 지역까지 정부가 진입하는 것은, 시장 실패를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실패시키는 것이다.

김씨가 단골 카페의 폐업 안내문 앞에 선 그날, 거리 건너편 전봇대에는 새 공공 와이파이 안테나가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은, 그 빛이 만들어낸 또 다른 비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