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요금 동결, 미래세대로의 무책임한 부담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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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민규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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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하자 LNG 수요가 폭발했고, 아시아 현물 가격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력도매가격(SMP)은 2022년 연평균 196.65원/kWh까지 급등했다. 이는 당시 판매단가(약 120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으나, 한국은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그 결과, 한국전력공사는 수십 조 원의 적자를 떠안았고, 그 적자는 국민의 부채로 쌓였다.
2026년 봄,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동북아 LNG(액화천연가스) 현물 가격 지표인 JKM이 10.72달러에서 최대 22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SMP가 다시 전기요금을 넘어설 경우 우리는 또 선택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분만큼 상승한 전기요금을 감내하거나, 가격 동결로 미래로 그 비용을 전가하거나.
가격 신호를 억누를 때 생기는 일: 이론적 문제점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시장에서 가격은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사용을 줄이고, 공급자는 생산을 늘린다. 가격은 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규제로 전기요금을 동결하면 이 신호가 차단된다. 소비자는 실제 비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민간 발전사는 오른 원가를 판매가로 전가할 통로가 막힌다. 특히 민간 LNG 발전사들은 연료를 직접 조달해 전력을 생산하고 그 전력을 SMP로 판매한다. 그러나 SMP 상한제가 판매가 상한을 정해버리면, 오른 원가를 판매가로 전가할 통로가 없어진다. 원가는 시장을 따라 오르는데 판매 가격은 규제선에 묶인다. 이 경우 마진이 사라지는 정도를 넘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 가격에 따른 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2022년, 실제로 일어난 일
실제 2022년, 전기요금 동결로 발전 원가와 판매가의 괴리가 극대화되면서, 한전은 2022년 한 해에만 수십 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비용은 즉각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았지만, 누적된 부채는 미래의 요금 인상이나 세금의 형태로 돌아올 운명이다.
민간 발전사들의 피해도 컸다. SMP 상한제가 시행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2월, 불과 3개월 만에 민간발전사 정산금이 2조 1000억 원 줄었으며, 35%가 실제 적자를 기록했다. 원래라면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국민 모두가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생산자 소수에게 전가함으로써, 다수를 위해 소수의 고통을 외면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미래 세대에 넘기는 청구서
전기요금 동결은 오늘의 갈등을 내일로 미루는 행위다. 한전의 누적 적자는 결국 요금 인상, 세금 투입, 공공 서비스 축소 등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 즉 가격 신호를 무시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 우리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 할 에너지 비용을 키우는 일이다. 다수의 반발이 두려워 요금을 동결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정책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취약계층을 위한 보호 장치는 별도의 지원 체계로 설계하고, 시장 가격 신호는 반드시 살려두어야 한다. 2022년의 청구서가 아직 다 청산되지 않은 지금, 다시 같은 길을 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