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왜 조직을 떠나는가
-
글쓴이
황기란 2026-05-27
-
충주맨으로 알려진 김선태 씨의 퇴사는 한 개인의 이직 소식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식 유튜브를 대중적 콘텐츠로 바꾸어 놓았고, 공공기관 홍보의 문법을 새로 쓴 인물로 평가받았다. 딱딱하고 안전한 표현이 익숙한 행정 영역에서 그는 다른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조직을 떠났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혁신은 왜 자신을 키운 조직 안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가.
경제학적으로 개인의 선택은 감정이 아니라 유인에 반응한다. 사람은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어디에 배분할지 끊임없이 비교하며, 그 기준은 기대되는 보상의 크기와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한 조직에 남는다는 것은 다른 선택지를 포기하는 것이며, 그 판단은 현재의 보상뿐 아니라 외부에서 형성되는 가격 신호를 함께 반영한다. 시장에서는 개인의 역량이 수요와 공급을 통해 가격으로 표현되고, 그 가격은 다시 이동을 유도하는 신호로 작동한다.
김선태 씨의 선택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를 받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보상이 결정되느냐’다. 동일한 금액이라도 성과와의 연결이 명확할수록 그 보상은 강한 유인을 갖는다. 반대로 성과와 무관하게 결정되는 보상은 개인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공조직은 안정성과 형평성을 중시한다. 이는 제도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동시에 성과에 따른 차별적 보상을 제약한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공정으로 이해되는 구조에서는, 개인의 한계생산성 차이가 보상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조직 안에서는 승진이나 표창이 주요한 보상 수단이지만, 시장에서는 동일한 성과가 광고 수익, 브랜드 가치, 강연, 콘텐츠 사업 등으로 확장되며 더 높은 보상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혁신 인재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조직은 새로운 시도를 원하지만, 그 성과가 개인에게 온전히 귀속되기는 어렵다. 반대로 실패의 비용은 개인에게 크게 돌아갈 수 있다. 이는 위험 대비 보상의 비대칭을 의미한다. 경제학적으로 이러한 구조는 위험 회피적 행동을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혁신의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또한 이 문제는 대리인 문제의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조직은 혁신을 통해 성과를 얻고자 하지만,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개인에게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개인은 조직의 목표보다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조직을 떠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조직의 설계 원리와 혁신의 작동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공공조직은 예측 가능성과 절차를 중시하는 반면, 혁신은 실험과 속도, 그리고 차별적 보상을 필요로 한다. 모든 사람을 동일한 기준으로 대우하는 구조에서는 성과의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반면 시장은 다르다. 시장은 성과를 가격으로 환산하고, 그 가격은 자원의 이동을 결정한다. 수요가 높은 역량은 더 높은 보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해당 영역으로의 자원 배분을 확대한다. 이러한 과정은 중앙의 판단 없이도 이루어지며, 결과적으로 보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보상의 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가격 신호가 작동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성과가 곧 신호가 되지만, 동일한 기준을 우선하는 조직에서는 그 신호가 약화된다. 결국 자원은 더 강한 신호를 제공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김선태 씨의 퇴사는 공직이 나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혁신 인재는 명분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조직이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과와 보상 사이의 연결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보상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성과가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문제다.
결국 혁신은 사람에게서 나오지만, 그 사람을 붙잡는 것은 유인 구조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자신의 한계생산성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곳에 오래 머물기는 어렵다. 김선태 씨의 선택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결과다. 시장은 이 질문에 비교적 명확하게 답한다. 보답받지 못하는 혁신은 언젠가 조직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