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전자 성과급] 빅테크는 적자부서에 성과급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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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5-20 , 그린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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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급 지급 액수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본질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영업 손실을 낸 사업부 직원에게도 이익 배분 성격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맞는가'란 논란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보상 체계를 들여다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엔비디아·구글·TSMC·ASML 등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들은 이익이 없는 곳에 성과급이 없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다만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기 위한 주식 기반 보상은 적자 부서에도 차등 없이 적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이 한국 기업 문화와의 결정적 차이다.
이익 배분 vs 인재 유지... 글로벌 기업의 이중 구조
글로벌 주요 IT·제조 기업들은 사업부별 독립 채산제를 엄격히 적용한다. 적자 사업부에는 사기 진작 차원의 소규모 격려금은 지급할 수 있으나, 영업이익에 연동된 현금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지급하지 않는다. 이는 '수익이 있는 곳에 배분이 있다(Profit-Sharing)'는 자본주의적 보상 체계의 기본 논리에 근거한다.
반면 적자 부서라 하더라도 핵심 인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주식 보상(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과 리텐션 보너스는 별도 재원으로 지급한다. 성과 배분과 인재 유지를 완전히 분리해 관리하는 구조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방식처럼, 적자 사업부 구성원에게 전사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확정적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는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인사(HR)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미국·대만 빅테크, 현금보다 주식, 개인보다 가치 성장 연동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보상 전략은 현금 성과급의 총량을 제한하는 대신 주식 보상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붐에 따른 주가 급등의 수혜를 직원들에게 '특별 주식 부여' 형태로 돌려줬다. 별도의 노사 협상 없이 연봉의 25% 상당을 추가 지급했고, 총 보상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50~75%에 달한다. 주주와 직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설계다.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의 성과급 구조는 투명성이 핵심이다. 영업이익의 약 20% 내외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공시하고 이를 배분한다. 2025년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38만 달러(약 5억 원)라는 기록적 수준도 결국 해당 연도 실적의 직접적 반영이다. 실적이 나빠지면 성과급도 줄어드는 구조가 처음부터 명문화돼 있어 협상 갈등의 소지가 없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은 "기업이 성과를 냈을 때 그 과실을 임직원과 나누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하지만, 초과이윤은 노조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배분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판단에 속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과급은 성과에 대한 보상인 만큼, 적자가 발생한 사업부에도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요구는 성과주의와 책임 원칙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컨설팅사 HR 전문 파트너는 "성과급 분쟁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에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식(Formula)을 노사가 함께 합의하고, 실적에 따라 자동으로 결과가 도출되는 구조를 택한다. 한국 대기업은 여전히 경영진의 재량이 과도하게 개입되는 블랙박스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일본, 고용 안정 기반 위에 성과 연동 확대 가속
전통적으로 보수적이었던 일본과 유럽 기업들도 2026년 현재 보상 체계 현대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소니·히타치 등 일본 제조 대기업은 호봉제와 고정 상여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순이익 또는 영업이익 목표 달성률에 따라 보너스 총액이 자동으로 결정되는 공식을 도입 중이다. 임금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의 기본급 인상과 실적 연동 성과급을 명확히 분리 운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럽에서는 독일 ASML·폭스바겐 등 산별 노조의 발언권이 강한 기업들도 성과급 산정에 EBIT(이자·세전이익)를 비롯한 재무 지표를 명시적으로 연동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달성도를 성과급 변수로 반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적자 사업부에 대한 현금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지급하지 않되, 유럽 특유의 고용 안정성을 바탕으로 교육 훈련·복지 혜택으로 보상을 대체하는 방식을 택한다.
삼성전자에 던지는 함의 ···보상 체계 현대화가 선결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본질이 단순히 '얼마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현금 배분 비율을 두고 반복되는 소모전을 끊으려면, 글로벌 기업들이 택한 것처럼 성과급 산정 공식을 노사가 합의하고 명문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식 기반 보상의 비중을 높여 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들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투명한 공식, 이익 연동, 주식 기반 보상 확대'라는 세 가지 원칙이 이번 협상 결렬 이후 삼성이 가야 할 방향의 좌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신경훈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