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위기, 해법은 긴급조정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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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5-20 , 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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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부가 21년 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되면 노조는 30일간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그만큼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직접 제한하는 강력한 국가개입 수단이다.
정부의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반도체 수출과 자본시장, 협력업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그 파장은 한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그러나 국가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노사관계의 조정자처럼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사 자율교섭의 원칙이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은 이름 그대로 ‘긴급’하고 ‘예외’적인 장치다. 이 제도는 1963년 도입된 이후 실제 발동 사례가 네 차례에 그쳤다. 그만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제도라는 뜻이다. 정부가 쉽게 꺼낼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중대한 위험을 막기 위한 최후의 안전판에 가깝다. 따라서 발동 여부만 놓고 찬반을 따지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진짜 물어야 할 것은 왜 대규모 파업이 터질 때마다 이 비상수단이 거론되는 구조가 반복되는가에 있다. 답은 명확하다. 한국의 노동법이 파업하기 너무 쉬운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핵심은 대체근로 전면 금지에 있다. 한국에서는 파업 중 사용자가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업무를 도급․하도급으로 전환하는 것이 법으로 막혀 있다. 대체근로가 전면적으로 제한되면 파업은 곧 생산 중단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비용이 극도로 비대칭적이라는 점이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은 노조의 쟁의기금으로 일정 부분 임금을 보전받고,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된다. 반면 사용자는 공장이 멈추는 즉시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 거래처 이탈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사업을 유지할 최소한의 방어 수단조차 없는 것이다. 경영자의 경영권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대등하게 보호받아야 할 헌법적 가치임에도, 현행법은 경영자가 경영을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봉쇄해 놓았다. 노사관계의 운동장이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파업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파업권은 근로자의 중요한 권리다. 그러나 권리는 책임과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한쪽에는 파업이라는 강한 수단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사업을 유지할 최소한의 수단도 없다면 균형 있는 교섭은 어렵다.
기울어진 제도는 정부 개입을 부른다. 사용자가 시장 안에서 대응할 수단을 갖지 못하면 결국 정부에 의존하게 된다. 노조는 파업을 통해 정부를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기업은 정부 개입을 통해 노조를 압박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는 자율교섭이 아니라 정치적 힘겨루기로 변질된다. 긴급조정권 의존은 그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긴급조정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다. 정부 개입 없이도 노사가 스스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법률적 환경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대체근로를 허용해 경영자에게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당한 수단을 돌려주고, 파업의 비용이 한쪽에만 집중되지 않는 제도적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전자 파업 위기가 남겨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강한 노조의 파업 특권도, 강한 정부의 긴급조정도 시장경제의 해법이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한 채 위기 때마다 정부 개입으로 급한 불을 끄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 비상조치가 아니라,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제도 개혁이다.
최승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