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전략과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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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시장경제콜로키움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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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전략과 방향.pdf
제15회 시장경제콜로키움
일시: 2026년 5월 15일 오전 11시
장소: 푸른홀
주제: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전략과 방향
발제: 최현조 자유기업원 연구원
토론: 김기만 좋은규제시민포럼 사무처장, 안재욱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정윤석 명지전문대학교 교수,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 외 7인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전략과 방향
최현조 자유기업원 연구원
Ⅰ. 공공기관 개혁 논의의 배경과 문제의식
공공기관 개혁은 한국 행정개혁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주제이지만, 그 실질적 성과는 언제나 제한적이었다. 역대 정부는 방만 경영, 낙하산 인사, 복리후생 남용, 부채 누증, 유사·중복 기능 정비 등을 문제로 지적해 왔으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조점과 속도가 달라졌고 일관된 원칙 위에서 구조개혁이 지속되지는 못했다.
최근 새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기조는 기능 재편과 통폐합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분명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기관 통폐합도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고, 정부는 2026년 1월 공공기관을 342개로 지정하면서 미지정 기관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성장·고령화·재정 압박·지역소멸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은 단순한 기관 수 감축을 넘어, 국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기능과 시장에 맡길 기능을 재설계하는 국가 운영 과제로 접근되어야 한다.
Ⅱ. 공공기관 규모·인력 변화와 구조적 문제 진단
1. 완만한 증가가 아닌 구조적 팽창 2025년 공공기관 현황편람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공공기관은 총 331개로 2015년 316개 대비 15개 증가했다. 표면적으로는 완만한 증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회사·부설기관·위탁조직·정책사업 확대를 통해 공공부문의 외연이 더욱 넓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숫자 이상의 구조적 팽창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수는 2020년 350개까지 확대된 뒤 일부 조정을 거쳤지만, 2024년 327개로 줄었다가 2025년 331개로 다시 늘었다는 사실은 일회성 감축으로는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공기관 확대는 모든 부처에서 균등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에너지·SOC·교육·보건복지 등 특정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누적되어 왔다. 편람에 따르면 2024년 임직원 정원 기준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인력은 9만 5,347명, 국토교통부는 8만 6,578명, 교육부는 5만 4,95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개혁도 일률적 방식이 아니라 부문별·기능별 차등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2. 42만 명대 고착화와 팽창의 후유증
2024년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은 42만 3,069명으로, 국가행정공무원 정원의 56.3%에 달한다.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정원은 42만 명대에서 유지되어 왔으며, 이는 공공기관 인력구조가 일시적 정책 대응 수준을 넘어 고착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건강보험공단, 한국철도공사, 정책금융기관, 공공의료기관 등 정책사업 확대와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인력이 꾸준히 늘어났지만, 한 번 증가한 정원은 사업 종료나 기능 축소 이후에도 쉽게 줄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총정원 규모는 유지 혹은 증가한 반면, 신규채용은 2020년 3만 2명에서 2024년 2만 194명으로, 청년채용 규모도 2020년 2만 3,014명에서 2024년 1만 6,966명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원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지만 신규 진입은 줄어드는 구조는, 청년인재 유입을 어렵게 하며 민간과의 인재경쟁 구조에도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Ⅲ. 국내외 공공기관 개혁 사례와 시사점
1. 해외 공공기관 개혁 사례
영국은 1980년대 이후 대형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면서 동시에 독립 규제기관을 설립하고 중앙부처의 집행기능을 외부화했다. 1988년부터 2010년 사이 217개 집행기관이 설치·재편되었는데, 핵심은 정책결정·규제·집행 기능을 분리하고 집행조직을 지속적으로 재평가하는 상시적 구조조정 체계를 갖추었다. 뉴질랜드는 공기업 회사화(corporatisation) 이후 자율성과 경쟁을 결합해 효율성을 제고하였으며, 전력 부문에서는 공기업 간 경쟁을 도입해 유사 기능의 무조건 통합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2. 한국: LH(토공+주공) 통합 개혁 실패
반면 한국의 LH 사례는 통폐합의 위험성을 반면교사로 제공한다. 2009년 토공과 주공을 통합한 LH의 부채는 2010년 121.5조 원에서 2024년 160.1조 원으로 약 36.8조 원 증가했으며, 임대주택 운영손실도 같은 기간 0.5조 원에서 2.8조 원으로 급증했다. 부채 전가를 위한 재무통합의 명분으로 이루어진 통폐합은 기대만큼 성과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국내외 사례를 종합하면, 성공적인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소유 형식보다 기능 재설계와 규율의 질에 있다.
3. 해외 주요국 사례와 시사점
국내외 주요국 사례를 종합하면, 성공적인 공공기관 개혁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OECD가 최근 강조하는 개혁 원칙과 일치한다(OECD, 2024).
첫째, 국가가 직접 해야 할 기능과 시장에 맡길 기능을 구분했다. 둘째, 공공기관을 남기더라도 민간 수준의 효율성과 투명성, 이사회 책임성을 요구했다. 셋째, 공공기관도 정부의 특혜와 암묵적 지원에 기대지 않도록 경쟁중립성을 중시했다. 이러한 사례가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는 세 가지다.
첫째, 유사·중복 기관은 과감히 통폐합하되, 경쟁이 필요한 분야는 오히려 분리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민간이 수행 가능한 영역은 시장개방, 지분매각, 민간이양, 단계적 민영화까지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셋째, 국가가 계속 보유할 공기업은 전문적 소유관리와 명확한 성과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한국의 공공기관 개혁도 '통폐합이냐 유지냐'라는 이분법을 넘어, 기능별 차등 개혁과 경쟁 촉진, 재무책임, 지배구조 전문화라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Ⅳ.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전략과 방안 모색
1. 기본원칙과 판단기준
공공기관 개혁의 목표는 단순한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 편익을 높이면서도 재정 부담과 비효율을 줄이는 '작지만 유능한 정부'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개혁은 기관 단위가 아니라 기능 단위로 진단되어야 하며, 판단 기준은 ① 국가필수성, ② 민간 대체 가능성, ③ 경쟁 도입 가능성, ④ 유사·중복 여부, ⑤ 재정·부채 위험도, ⑥ 국민 편익 기여도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개혁 수단은 ① 존치+성과관리 강화, ② 통폐합, ③ 시장개방, ④ 지분매각, ⑤ 민간이양·민영화로 차등 적용되어야 한다.
2. 공공기관 구조개혁의 방향
통폐합은 기관 수 감축이 아니라 정책 기능 재배치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유사·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병존할 경우 국민 입장에서는 창구가 복잡하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통폐합 여부는 다음 5가지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① 국가가 반드시 직접 수행해야 하는 기능인가?
② 유사·중복 기능으로 행정비용과 책임혼선이 발생하는가?
③ 통합이 국민 편익을 높이는가, 아니면 경쟁을 죽이는가?
④ 민간 대체 또는 시장개방이 가능한가?
⑤ 재정지원·부채·조직유지 비용 절감 효과가 실질적인가?
통폐합과 함께 시장개방도 병행되어야 한다. 공공이 독점하거나 사실상 보호받고 있는 영역 가운데 민간이 참여해도 되는 분야는 단계적으로 열어야 한다. 지분매각은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규율을 강화할 수 있는 중간 수단이며, 민영화는 독점규제와 이용자 보호장치가 병행될 때에만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구조개혁이 언제나 통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쟁 촉진 효과가 크고 공공기관 간 성과 경쟁을 통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 분리 유지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3. 통폐합 추진 사례별 검토 및 방향 제언
코레일(KTX)+SR(SRT) - 분리 유지
공공철도 내부의 제한적 경쟁 구조로서 통합 시 독점 회귀 우려가 크며, 비효율 영역만 기능 조정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한전 5개 발전자회사 – 분리 유지
분리 운영 자체가 발전부문 내 비교경쟁과 성과평가를 가능하게 해왔으며, 단일 공기업 체제로의 회귀는 개혁 방향과 맞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 전면 통합 반대
인천공항 재정으로 가덕도 건설비를 충당하는 LH식 구조가 될 우려가 크며, 기능별 분리 진단과 한시조직 정비가 우선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주택도시보증공사(HUG) - 기능 재조정 필요
주택금융·보증 기능이 중첩되어 있어 통폐합 또는 정책보증 기능 일원화와 중복 조직 축소가 필요하다.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 부분 통합 또는 기능 재정비
수출지원 정책수단이 중복되는 만큼 고위험 공적 보완 기능만 남기고 일반 금융지원은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
소규모 공공기관 61곳 – 유형별 정비
독립법인 유지 실익이 낮은 만큼 흡수·통합·폐지·민간위탁 등 5가지 유형별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
Ⅴ. 결론: 정책 제언
새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정권 초반의 상징적 구조조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지정기관·미지정기관·자회사·출자기관까지 포함한 실질 공공조직 전수 진단과 기능 분류가 필요하다. 중기적으로는 통폐합·지분매각·민간이양, 부채감축 프로그램, 직무·역량형 보수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재정립하고 디지털 기반 성과공개 시스템을 통해 개혁성과를 상시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결국 새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유사기능이면 무조건 통합'이라는 접근이 아니라, 국가필수성·민간 대체 가능성·경쟁 촉진 필요성·유사·중복 여부·국민 편익을 기준으로 통합·분리유지·기능조정·시장개방을 차등 적용하는 정교한 기능 중심 개혁이어야 한다. 숫자를 줄이는 데 만족하지 말고, 기능을 재설계하고 경쟁과 시장규율을 도입하며 부채와 인사·보수 체계를 정상화하는 구조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