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계 최초 AI규제법 시행, 혁신보다 규제가 앞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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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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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을 전면 시행하는 국가가 된다. 정부는 이를 AI 생태계 조성과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적 토대라고 설명하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최초 규제’가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AI 산업은 아직 기술 경로와 활용 방식이 빠르게 진화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이런 산업에 대해 포괄적이고 선제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혁신의 방향을 예측하지 못한 채 제동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규제는 위험이 현실화된 이후 최소한으로 작동할 때 효과적이지, 가능성 자체를 관리 대상으로 삼을 때는 산업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낳기 쉽다.
특히 AI기본법은 '고영향 AI’라는 넓고 추상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사업자에게 위험관리, 설명 의무, 문서화, 감독 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훨씬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다수의 AI기업이 아직 법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법이 먼저 시행되면, 혁신은 미뤄지고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제적 흐름과의 괴리도 우려된다. 유럽연합(EU)조차 AI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고위험 AI규제는 수년간 유예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법률보다 가이드라인과 자율 규제를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들이 규제의 속도를 조절하는 동안 한국만 앞서 규제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불리한 정책 신호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과태료 유예와 지원 제도를 통해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규제의 존재 자체가 기업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유예 기간으로 상쇄되지 않는다. 기업은 법이 시행되는 순간부터 규제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실험과 도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규제의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비용이다.
AI 산업의 경쟁력은 규제를 빨리 도입한다고 확보되지 않는다. 자유기업원은 AI기본법의 하위법령과 집행 과정에서 산업 진흥을 최우선에 두고, 규제는 최소·유연·단계적으로 설계할 것을 촉구한다. 명백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는 사후 규제와 시장 자율에 기반한 혁신 환경이야말로 AI 강국으로 가는 현실적인 길이다.
세계 최초 AI규제국이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은, AI 혁신이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정책 선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속도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이다.
2025. 12. 26.
자 유 기 업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