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22대 국회 입법발의 경향과 개선과제

글쓴이
이혁우 2025-12-16
  • CFE_REPORT NO.25_22대 국회 입법발의 경향과 개선과제.pdf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률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규칙이다. 한국의 경우 법률안 제·개정 권한은 국회가 독점하나, 발의 권한은 국회(의원 10명 이상 또는 상임위원회)와 정부 모두 가진다. 입법발의는 모든 입법 절차의 시작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국회의원에게 독점적 입법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법안발의에 신중하고 책임의식을 가져야 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실은 입법발의 권한에 대한 몰이해로 남용을 초래한다. 신중한 분석과 책임성이 없는 상태에서 법안이 발의되며, 사법부나 행정부의 권한 영역까지 침범하는 형식론적 입법발의 관습이 자리 잡았다. 이는 법안 수의 비현실적인 남발(양적 홍수), 실현 가능성 고려가 부족한 질적 부실, 쪼개기/유사 법안 겹치기 발의, 내용을 모르고 동의해주는 품앗이 공동발의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법률로 규정되는 국가제도 중 규제는 국민에게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법률이 정한 그대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불합리한 규제는 민간 주체에 부담을 초래하고 사회 전체의 후생 증진에 실패한다. 한국은 OECD 규제지수(PMR)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규제입법 관행의 개선이 국가경쟁력에 직결된다.

(사)좋은규제시민포럼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22대 국회는 개원 후 78주간 총 13,473건의 입법발의를 하였고 이 중 규제는 4,349건(32.3%)이었다. 이는 국회의원 1인당 주당 약 0.57건의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과잉 입법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최다 발의 의원의 사례에서 보듯, 소속 상임위나 전문 분야와 무관한 광범위한 법안 발의는 법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또한, 10인 이상 공동발의 요건 충족을 위해 공동발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다수의 의원이 1,000건 이상의 공동발의 실적을 보인다. 이는 법안 내용 숙지 없이 '품앗이 관행'으로 발의 요건을 채우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며 법안의 질적 고려 의무를 무시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규제의 질적 경향을 분석한 결과, 좋은규제 발의 건수(37건)보다 나쁜규제 발의 건수(55건)가 더 많아 질적으로 부실한 입법 경향을 보였다. 또한 의원들은 동일 내용을 여러 관련 법률에 적용하는 '쪼개기/복제 발의'로 입법 실적을 부풀리거나, 이전 국회 폐기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행태를 보였다. 더 나아가 하위법령으로 이미 존재하는 규제를 법률로 상향시키는데, 이는 오히려 개정의 경직성으로 인해 현실적합성이 떨어지는 불합리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회의 입법발의 관행을 교정하기 위해 다음의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입법부-행정부 간 권력분립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 체계 질서의 정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입법부의 입법권 행사에도 불구 그것이 행정부의 고유 권한 영역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정책 집행의 유연성과 적시성 확보를 위해, 법률은 큰 틀의 원칙을 정하고 세부 정책 추진은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입법권의 자제가 필요하다. 입법권을 정쟁의 도구, 현안 대응 수단, 또는 의정활동의 양적 성과로 여기는 비합리적 관행을 교정해야 한다.

둘째, 법(Law)과 입법(Legislation)의 명확한 구분해야 한다. 하이에크(F. Hayek)에 의하면 법(Law)은 보편성과 일반성을 특징으로 하는 '게임의 규칙(rule of game)'과 같은 목적이 없는 제도이며, 사람들의 상호작용에서 자생적으로 진화된 규칙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반면, 입법(Legislation)은 특정 계획이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는 목적지향적 규칙으로, 이는 '법'이 아닌 정책(policy)에 해당한다. 입법부는 법(Law)의 제정에 집중하고, 정책에 해당하는 입법(Legislation) 영역에 대해서는 법률로 제정하는 관행을 자제해야 한다.

셋째, 입법에 대한 의원 책임성 강화해야 한다. 입법부가 도입한 불합리한 입법은 정책 실패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따라서 입법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법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안 실명제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법안의 취지나 계기가 된 인물의 이름 대신, 법안을 주도한 국회의원의 이름을 법안 별칭으로 칭하는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이 발의하는 법률(안)의 품질을 고려하게 유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출된 대표의 정당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이라는 사전적 원칙에 대한 존중에 있다. 한국의 입법부는 법과 입법의 구분 능력 취약,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이해 결여, 다수결 민주주의의 오인 등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과잉입법 경향은 불합리하고 부실한 입법을 양산하여 시스템적 위기를 초래한다. 따라서 국회의 입법발의 경향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국회의 입법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목 차>

I. 서론: 국회 입법발의 경향 검토 필요성
1. 입법발의 권한과 근거
2. 입법발의 권한에 대한 몰이해와 남용
3. 규제법안 발의 경향에 대한 분석 필요성

II. 22대 국회 초반 입법발의 경향 분석
1. 입법발의 모니터링
2. 입법발의 경향 분석

III. 국회의 입법발의 교정을 위한 개선과제
1. 입법부-행정부간 권력분립 원칙 정립
2. 법과 입법의 명확한 구분
3. 입법에 대한 의원책임성 강화: 입법 모니터링과 법안실명제
4.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의 명확화

참고 문헌

[부록1] 민형배 국회의원 발의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