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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시장의 자유에서 태어난다

글쓴이
이혜민 2025-12-12

요즘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자리 정책’이 등장한다. 청년 고용 확대, 노인 일자리, 지역 일자리 사업 등 각종 계획이 쏟아지지만, 정작 취업 시장에 있는 사람들의 체감은 다르다. “일자리가 늘었다”는 정부의 보도자료와 “일할 곳이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수십 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근본적인 고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행정명령이 아니라, 시장 속 교환과 혁신의 결과물이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자가 그것을 구매할 때 고용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일자리는 정책의 산물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부산물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고용을 늘리기 위해 공공근로나 단기 알바를 만드는 것은 일시적인 ‘통계상의 증가’일 뿐,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아니다. 그런 일자리는 예산이 끊기면 바로 사라지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지 못한다.


반면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생명력이 다르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소비자의 선택이 늘어나면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기업은 다시 고용을 늘린다. 이런 자율적 순환 구조가 바로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고용은 명령이 아니라 자유의 결과로 생겨나는 것이다.


플랫폼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배달앱, 모빌리티 서비스, 온라인 쇼핑, 콘텐츠 스트리밍 등은 정부의 계획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한 개인 혹은 기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시장의 수요와 맞닿으며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개발자,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물류 기사, 마케팅 전문가 등 수많은 직업이 생겨났다. 이것이 시장이 스스로 고용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혁신이 생기면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산업이 생기면 일자리가 생긴다.


하지만 이 선순환 구조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기업의 자유다.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을 때 시장은 활력을 얻는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그 반대다. 규제는 매년 늘어나고, 정책은 예측 불가능하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놓으려면 수십 개의 인허가를 거쳐야 하고, 규제 샌드박스조차 임시적 허용에 불과하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의 손발을 묶는다.


기업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것은 단순히 ‘회사를 불편하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일자리 기회를 줄이는 것과 같다. 기업이 위축되면 투자가 줄고, 투자가 줄면 고용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활력이 사라진다. 시장경제는 복잡한 기계와 같아서, 한쪽의 톱니바퀴가 멈추면 전체가 서서히 굳어버린다. 정부가 시장의 한 부분을 통제하려 들 때마다, 그 영향은 전 경제에 파급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공정한 규칙과 예측 가능한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금을 투입해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대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 이것이 정부의 진짜 경제정책이다. 규제 완화, 법적 안정성, 조세 부담 완화, 인재 양성 지원 같은 ‘보이지 않는 기반 조성’이야말로 시장을 움직이게 한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예산이 아니라 혁신에서, 계획이 아니라 자유에서 나온다.


정책으로 고용을 늘리려는 시도는 단기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 경제의 본질은 움직임이고, 움직임의 원천은 자유다. 시장의 자율을 인정하지 않으면, 경제는 스스로의 성장 동력을 잃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정부가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얼마나 자유를 주었는가”이다. 일자리는 행정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와 교환에서 나온다. 기업의 자유가 보장될 때 사람들은 일할 수 있고, 일할 때 사회는 성장한다.


자유로운 시장은 결코 무책임한 방임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 있는 경쟁과 자율적 질서 위에 서 있는 체계다. 정부는 그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지켜보는 심판이면 충분하다. 시장경제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신뢰 — 그것이야말로 진짜 ‘일자리 정책’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