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장 트렌드에서 마주한 소비자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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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영웅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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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라는 시장의 언어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을 찾으며 패키징을 가장 먼저 보게 된다. “분리수거가 되는 건가?”, “너무 과대 포장 아니야?” 현재의 구매 트렌드에서 이러한 의문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오늘의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이 아닌 ‘가치’를 구매의 요건으로 삼는 주체,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며 ESG는 곧 문화적 트렌드가 되었다. 기업들은 ‘친환경 종이박스’, ‘완전 분해 플라스틱’ 등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홍보하는 이유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이다. 시장의 방향은 언제나 수요가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인 소비자 주권이 ‘환경’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작동하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 움직이는 시장
과거 포장의 핵심 가치는 ‘편의성’이었다. 가벼운 플라스틱, 버리기가 유용한 일회용 용기 등 ‘보관과 이동의 효율’이 중요했던 시대가 저물고 소비자들은 환경을 고려한 선택을 중시한다. 화장품 브랜드 ‘마녀공장’은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 완충제를 사용하였고 아이스크림 기업 ‘밴엔제리스’는 인증을 받은 제지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코팅이 완료된 컵을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는 무라벨 투명 페트병을 내놓으며 시장의 반응을 시험했다.
이런 변화는 정부의 명령과 규제에 의한 것이 아닌 소비자의 수요 신호에 기업이 반응한 결과이다. 시장경제의 기본 구조인 수요와 공급의 자율적 조정 매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22년 한국소비자원이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1,000명 중 90.7%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통계적 결과 한 줄이 기업의 연구개발 방향을 바꾸고, 설비 투자 계획에 변화를 만든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장 구조를 재설계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소비, 효율을 재정의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가 때로는 경제적 효율성보다 가치적 효율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사용하던 것을 리필하는 것은 귀찮고 친환경 제품은 가끔 불편함을 주지만 소비자는 그 속에서 ‘환경을 위한 참여’에 동참한다. 이처럼 효용의 개념이 금전적 만족을 뛰어넘어 ‘가치적 만족’으로 확장되면서 시장은 새로운 효율의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이에 맞춰 기업은 소비자의 ‘가치 효용’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가능한 기술을 개발을 하게 되고 결국 시장경제는 이윤과 가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혁신을 일으킨다.
정보의 비대칭, 그린워싱
하지만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 기업은 ‘친환경’이라는 수단을 마케팅 도구로 전락시키며 과장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이를 그린워싱이라 한다. 이는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왜곡시키고 불완전한 정보는 곧 소비자 주권의 약화로 이어지며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는 시장경제의 대표적 실패 요인인 정보 비대칭성의 전형적인 예이다. 따라서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정부나 제3의 기관이 객관적으로 운영되는 정보 공개 시스템을 마련하여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규제가 아닌 ‘투명성 강화’가 시장경제의 원리를 지키는 것이다.
환경문제와 외부효과의 시장적 해법
환경문제는 전형적인 외부효과의 영역이다. 플라스틱 포장의 폐기물은 기업의 비용에 포함되지 않지만 사회에는 오염이라는 비용을 남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소비자와 기업 간 자발적 교환이 이뤄지는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좋은 예로 러쉬의 ‘블랙팟 5개 반납시 새제품 증정’, ‘플라스틱 회수 포인트’와 같은 인센티브 형식을 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포인트나 혜택을 얻고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사회 전체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소비자의 손이 만드는 지속가능성
ESG는 더 이상 유행이 아니다. 소비자의 가치 판단이 만든 시장 구조의 진화이다. 기업은 수요자의 신호에 맞춰 변화하고 정부는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그 과정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작동되도록 돕는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소비자가 있다. 자유시장은 누군가의 명령으로 돌아가는 체제가 아니다. 각 개인의 선택과 행동이 곧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집합적 결과이다. 결국 환경 포장의 미래는 제도적 강제와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주권의 성숙함에 달려있고, 그들의 손 끝에서, 시장경제는 새로운 녹색 혁신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