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은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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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상아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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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몇 년간 네이버 블로그에 ‘블로그 체험단’, ‘제품 협찬’ 포스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수익 없는 취미의 영역을 지나, 시장의 원리로 작동하는 디지털 자유시장의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제 블로거들은 제품을 사용하고 후기를 쓰는 대가로 다양한 이익을 창출하고, 블로그의 ‘공감’, ‘댓글’, ‘방문자 수’가 광고 단가를 결정한다. 오늘날 네이버 블로그는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진입장벽이 낮기로 유명하다. 네이버 이메일이 있다면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고, 포스팅 작성 방법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의 기기를 이용해 글쓰기만 할 줄 안다면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누구나 블로거로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블로그의 성패는 이용자의 여러 능력에 좌우된다. 유의미한 포스트를 꾸준히 발행하는 블로거에겐 공감과 댓글이 많이 달리고, 서로이웃 신청도 활발하게 들어온다. 이는 체험단 선정이나 제품 광고 제안에서의 상대적 우위로 이어진다. 결국 블로거들은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아무나 제공할 수 없는 양질의 결과물을 보여주려 서로 경쟁하게 된다. 이 경쟁 덕분에 소비자, 즉 정보 수용자는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블로그 시장의 평균적인 포스팅 품질이 향상된다. 자율적 경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블로그는 자연스럽게 방문자 수가 줄어들며, 앞서 기술한 체험단이나 광고 등의 이익을 얻기 어려워진다. 경쟁력을 잃은 블로그의 자리를 새로운 블로그가 대신하며 일종의 순환이 일어나는데, 이 순환은 블로그 시장 속 자유로운 경쟁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 자체다. 전통적 자유시장경제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을 결정했듯, 블로그 시장에선 이용자들의 관심은 수요, 블로거들의 창의적 콘텐츠 생산은 공급이 되어 블로그의 가치가 형성된다.
최근 네이버 블로그의 문제점으로 ‘무가치한 정보’가 제시됐다. 제목을 보고 블로그 포스트를 클릭했는데, 막상 본문에선 제목에 명시된 내용을 찾을 수 없거나 글의 내용 자체가 빈약하여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블로그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 내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 포스트의 신뢰도는 공감 수와 댓글 반응, 블로그 계정의 방문자 수와 서로이웃 수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럴듯한 댓글이 많은 블로그일수록 소비자는 그 블로그를 신뢰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서로이웃 0명, 방문자 수 13명인 계정보다는 서로이웃 3,600명, 방문자 수 57,392명인 계정을 더 믿을 만하다고 느낀다. 블로거가 블로그 계정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리한 여러 수치가 소비자에게는 신뢰 지표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소비자는 반복적인 블로그 이용 경험을 통해 포스트를 누르지 않아도 보이는 프로필 사진, 사용자 이름 등의 정보로도 신뢰 여부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이 결정은 집단적으로 발생하여 신뢰할 수 없는 블로그의 노출을 줄이는 시장의 조정 효과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블로그를 이용하며 내리는 모든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에, 경쟁력이 낮거나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블로그가 도태되는 것은 시장의 조정 기능이 유효함을 시사한다. 블로그 시장의 조정 과정에는 중앙의 규제나 개입보단 시장 내부에서의 능력과 평판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이에 따라 시장 내부의 질서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블로그 시장은 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자체적으로 건전한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자유시장경제의 특성 또한 가지고 있다.
오늘날 네이버 블로그는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가 금전적 이익 창출로 이어지는 새로운 자유시장이다. 블로거들은 더 많은 관심과 신뢰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소비자는 이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조리 또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시장 내부에서 해결 가능하다. 결국 네이버 블로그 시장의 본질은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인 자율과 효율에 맞닿아 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균형을 만드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잊지 않는다면,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더욱 현명한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