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 가격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손`의 경쟁: 배달 플랫폼 수수료 논란에서 찾은 시장경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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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국예지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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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 가격의 비밀
요즘 저녁 식사에서 '배달'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스마트폰을 켜고 터치 몇 번으로 따뜻한 치킨 한 마리를 문 앞에서 받을 수 있는 세상.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라는 뜨거운 감자가 숨겨져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남는 게 없다"는 푸념이 끊이지 않고, 소비자들은 치솟는 배달료에 부담을 느낀다. 플랫폼 사업자가 너무 많은 이윤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수수료에 상한선을 두거나, 공공 배달앱을 활성화하여 독점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인 자유로운 경쟁과 가격의 신호 기능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치킨 한 마리의 가격 변동을 통해 우리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 경쟁은 곧 혁신이다
배달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배달 옵션은 제한적이었다. 전화를 걸어 주문하고, 식당 자체의 배달 인력에 의존해야 했다. 이는 곧 배달 서비스의 질이나 속도, 선택의 폭이 모두 제한적이라는 의미였다. 이때, 시장은 새로운 효율성을 요구했고, 이 요구에 응답한 것이 바로 배달 플랫폼이라는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이었다.
초기 플랫폼들은 낮은 수수료와 과감한 할인 쿠폰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 이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었다. 여기서 수수료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플랫폼이 제공하는 '시장 연결 서비스', 'IT 인프라 제공', '배달원 확보 및 관리'라는 가치에 대한 대가이며, 동시에 경쟁자들에 대한 가격 신호의 역할을 한다.
만약 한 플랫폼이 수수료를 과도하게 인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다른 플랫폼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더 낮은 수수료나 더 나은 서비스를 제시하며 식당 주인(공급자)과 소비자(수요자)를 유인할 것이다. 플랫폼 간의 이러한 끊임없는 경쟁은 결국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장기적으로는 수수료를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수준으로 수렴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혁신은 단순히 비용 절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실시간 배달 추적 시스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최적 경로 배정, 포장 및 픽업 서비스 도입 등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로 이어진다.
* 규제 대신 효율성을 선택하라
공공 배달앱의 사례는 정부 개입이 시장의 효율성을 어떻게 저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공공앱은 '착한 수수료'를 내세우지만, 잦은 시스템 오류, 부족한 배달 인력, 느린 고객 응대 등 민간 플랫폼에 비해 서비스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다. 이는 민간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윤 동기에 의해 끊임없이 효율성을 추구하고 투자하는 것과 달리, 공공 영역에서는 그러한 동기 부여가 약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이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자 혁신의 보상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높은 이윤을 얻는다면, 이는 그들이 소비자에게 그만큼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했다는 증거이며, 동시에 더 많은 기업이 그 시장에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이윤을 규제로 억누르는 것은 이 신호를 왜곡하고, 잠재적인 혁신가들의 시장 진입 의욕을 꺾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시장경제에도 시장 실패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독과점 행위나 불공정 거래 관행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수수료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경쟁의 규칙을 확립하고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는 해법이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언제든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정책이다.
*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든 가치
결국, 치킨 한 마리를 둘러싼 배달 수수료 논쟁은 자유로운 경쟁이 어떻게 혁신을 낳고, 그 혁신이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 증대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생활 속의 작은 경제학이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배달 문화는 누군가의 선의나 정부의 규제 덕분이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했던 수많은 기업가들의 이기적인 동기(Self-Interest)가 치열하게 부딪치고 협력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애덤 스미스가 말했던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이 경쟁의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하며, 비록 당장의 수수료가 비싸게 느껴질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가장 효율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자영업자들은 더 넓은 판로를, 그리고 사회 전체는 더 높은 효율성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가장 역동적이고 현실적인 시장경제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