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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팔로워의 경제학: ‘좋아요’가 화폐가 되는 시대

글쓴이
이상영 2025-12-12

요즘 많은 사람들의 하루의 시작은 알람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알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잠에서 깨자마자 무심코 휴대폰을 열어보면, 내가 올린 사진에 달린 ‘좋아요’ 숫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단순한 호감의 표시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숫자가 하나의 ‘가치’처럼 느껴졌다. 팔로워가 많을수록 더 많은 ‘좋아요’를 받고, 더 많은 ‘좋아요’가 곧 더 큰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어느 순간 나는 깨달았다. SNS 속 세계는 하나의 시장이고, ‘좋아요’는 그 안에서 통용되는 화폐였다.


팔로워 수요와 공급의 법칙


팔로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주목과 신뢰,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의 지표다. 많은 팔로워를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기업이 광고를 맡기고, 더 많은 협찬이 몰린다. 이처럼 팔로워의 가치가 올라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SNS에서 사람들의 관심, 즉 ‘주목’이라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디지털 세계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수요가 늘어날수록 팔로워라는 희소 자원의 가격이 상승하고, 그것이 곧 인플루언서 시장의 구조를 만든다.


‘좋아요’의 신호이론


경제학에는 신호이론(Signal Theory)이라는 개념이 있다. 완벽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시장에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단서를 통해 판단을 내린다. SNS에서 ‘좋아요’는 그 단서다. 좋아요가 많은 게시물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라는 신호를 보낸다. 브랜드는 이 신호를 근거로 광고비를 책정하고, 더 많은 광고를 제안한다. 사용자는 무의식적으로 ‘좋아요’가 많은 게시물을 더 신뢰한다. 결국 ‘좋아요’는 감정의 표현을 넘어 시장에서 교환되는 신뢰의 화폐가 된다.


가짜 신호와 정보의 비대칭


하지만 시장이 존재하는 곳에는 언제나 정보의 비대칭이 따른다. 인위적으로 팔로워를 늘리고 좋아요를 조작하는 ‘가짜 영향력’이 생겨났다. 겉으로는 인기가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매력과 연관이 없는 허상일 때가 많다. 경제학적으로 이는 정보 비대칭 문제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런 왜곡이 생기더라도 시장은 스스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가짜 계정을 걸러내는 알고리즘을 강화하고, 광고주들은 단순한 숫자보다 ‘참여율(engagement rate)’—좋아요와 댓글 수 같은 질적 지표를 더 중요하게 본다. 정부의 규제가 아닌, 시장 내부의 자율적 교정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SNS 시장의 새로운 효용


SNS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을 팔거나 광고를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팔로워를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사진을 편집하며, 트렌드를 분석한다. 이는 일종의 ‘노동’이며, 그 결과로 얻는 ‘좋아요’는 사회적 만족감이라는 비금전적 효용을 준다. 현실의 돈과 다르지만, 개인에게는 분명한 가치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좋아요’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고, 인정받았다는 심리적 보상을 얻는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SNS는 효용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비금전적 시장이다.


이러한 모든 현상은 단지 온라인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SNS 속 경쟁과 선택, 그리고 신뢰의 형성은 현실의 시장경제와 다르지 않다.


결론: 디지털 시대의 시장경제


SNS 속 팔로워와 좋아요의 세계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원리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결과다. 수요와 공급, 신호와 정보, 효용과 신뢰가 디지털 공간에서 다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율과 경쟁, 그리고 인간의 심리가 있다.


결국 ‘좋아요’의 경제학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시장경제는 단지 돈이 오가는 곳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 주목, 신뢰, 그리고 감정이 교환되는 곳마다 시장은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제 매장 대신 알고리즘 속에서 움직이고, 우리는 그 손끝에서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우리가 클릭하는 ‘좋아요’ 하나가 만들어내는 교환과 신뢰의 흐름 속에, 새로운 시장경제가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