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족쇄와 세금 폭탄 – 서울의 아파트
-
글쓴이
박성균 2025-12-12
-
서울 아파트 가격의 역동성은 그 어떤 경제학 교과서보다 생생하게 시장 경제의 원리를 설명하며, 그 원리를 무시했을 때 발생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시장은 정부가 아무리 선한 의도와 계획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시장은 오로지 수많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사유 재산권 보호라는 근본적인 질서 속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할 뿐이다. 현재 정부가 서울 부동산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은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는 중이고, 그에 따라 국민들은 주거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음은 물론 계층 간 사다리가 걷어차이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자유시장 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점을 논해보고자 한다.
규제의 족쇄는 시장을 더 날뛰게 만든다.
서울은 택지 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도시이기 때문에, 주택 공급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주택의 공급 기능에 더해, 주택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주택이라는 재화의 혁신을 가져온다는 측면에서도 도시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정부의 전방위적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주택의 공급 통로를 봉쇄하는 중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첫 번째,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여, 오래된 아파트들의 재건축 사업을 시작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주택을 공급하려는 사업 주체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는 행위이다. 두 번째, 재건축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과도하게 환수하여,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를 훼손해 버렸다. 시장 경제에서 이윤은 위험을 감수하고 노력을 기울인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자 다음 사업을 지속할 투자 동력에 해당한다. 그런데 보상을 박탈해버리면,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사는 남는 것도 별로 없이 불확실한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세 번째로, 규제는 규제대로 들이밀면서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정부는 민간 재건축 사업에 공공 임대주택 확대 등 과도한 공공성을 요구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과 속도를 저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업의 방향성까지 흔들고 있다. 이러한 규제들은 주택 공급을 막는 동시에, 기존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더욱 집중시켜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과도한 세금은 시장을 흔든다.
주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거의 첫 순위로 꼽히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주택을 투기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며, 투기 방지 차원에서 다주택자에게 종합부동산세 등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의도는 충분히 선한 것이다. 그러나 선한 의도와 달리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주택의 원활한 거래를 막는 강력한 요인이 되고 말았다. 주택의 거래가 막히면 장기적인 투자와 공급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지고, 시장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게 된다.
양도소득세 또한 거래의 자유를 제약하여, 시장의 유동성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주택 소유자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주택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매물이 말라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고, 실수요자들은 소수의 남아있는 매물에 몰리게 된다. 세금 부담은 매매가에 전가되고, 세금은 최종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실수요자에게 떠넘겨지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결국 세금 폭탄은 투기꾼을 잡는 게 아니라 실수요자를 잡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주택 소유자들은 세금 때문에 집을 팔기보다는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가격이 내려갈 여지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렸다.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은 마비되고, 주택 가격은 단단한 하방 경직성을 띠게 되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서울 아파트는 무조건 오른다’ 확신을 주게 되었다.
정부는 심판만 잘 보면 적어도 욕은 안 먹는다
다주택자 중에서도 투기적인 목적 그 하나만 가지고 수십 차례 주택을 매매하여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자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장을 교란하고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 선수들에게서 부정한 이익을 모두 토해내게 해야 한다. 그리고 분양권 불법 전매, 시세 조작 담합, 편법 증여, 대출 규정 위반 등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반칙 선수들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게 정부라는 심판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곡선 한 가운데에 서서 할 일이다. 그리고 심판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심판이 한쪽 편을 들며 코치 노릇까지 하려 들거나, 경기중에 규칙을 자꾸 바꿔버리면 당연히 경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결국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욕을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