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재정비가 필요한 동물보호법

오주연 / 2025-01-22 / 조회: 32       마켓뉴스

보조금 지급 제도의 허점 보완하고, 부정행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 필요
세금으로 보조하기 보다 합법적으로 비용을 충당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해야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늘어나는 반려인 인구만큼 동물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불황에도 펫산업은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동물공장과 번식장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펫샵’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고 펫샵에서 분양 받는 대신 유기·유실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사례가 늘었다. 따뜻한 마음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덩달아 증가해 주의를 요한다. 

유기·유실동물 입양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를 통한 입양이다. 유기·유실동물이 신고를 통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 포획되면, 10일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한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상에 공고된다. 이 기간 동안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가 해당 동물의 소유권을 자동으로 취득하여 입양 희망자에게 분양한다. 입양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리당 15~25만원의 보조금과 펫보험 무료 가입 제공 및 1년간 여러 혜택을 지원한다. 

둘째, 구조자라고 부르는 봉사자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구조·보호하는 방식이다. 구조자는 위기에 처한 동물을 직접 구조한 뒤, 병원에서 진료 및 치료를 진행한다. 이후 적합한 입양자를 찾아 동물을 분양한다. 이 과정에서 '책임비’라는 명목의 입양비용으로 일정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책임비는 구조와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구조자의 자발적 선의에서 이루어진다.

유기견 입양이 급증한 만큼 책임비를 요구하는 관행으로 인한 논란도 급증하고 있다. 구조자에게 책임비를 부여하는 것은 무료 입양으로 인해 생명을 가볍게 취급하거나 유기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 또한 구조·보호 과정에서 발생한 병원비와 중성화 수술비 등의 활동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입장은 다르다. '매매’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민법 제563조)'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동물이 물건에 해당하는 현행법에서는 유기·유실동물을 대금을 받고 이전하는 것은 '매매'로 간주될 수 있다. 동물보호법에서 이는 동물학대 행위로 규정되고, 동물판매업 등록을 하지 않은 구조자가 책임비를 받는 것은 형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기·유실동물 구조자가 비록 책임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였더라도 구조한 동물을 입양 보낼 때 돈을 받았다면 포획하여 판매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의 동물보호팀 담당 공무원들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인해 법 적용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처럼 상위부서와 하위부서 간의 해석 차이는 법적 혼란을 초래하고, 이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요즘 SNS를 통해 수많은 유기견 구조자 및 단체에 쉽게 접할 수 있다. 사단법인 형태의 대형 단체가 아니라면 대개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관리 차원에서, 또한 후원금이 늘어나면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등록하는 식이다. 해당 유형의 단체들의 진행방식은 구조부터 입양까지 대개 비슷했다. 

대표로 불리는 구조자가 번식장에서 구조한 불쌍한 강아지를 임시보호(이하 임보, 임보자)하라는 호소로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이후 모든 부담은 임보자에게 전가된다. 동물병원에서는 예상치 못한 비용을 요구하고, 양육비도 임보자가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입양 절차에서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일어난다. 표면적으로 무료였던 입양비를 추가로 요구하거나, 초기 홍보 내용에는 없었던 소유권을 유예라는 빌미로 후원을 요구한다. 단톡방에서 다수를 동원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거나, 소유권을 볼모로 강아지 반환을 협박하며 지속적으로 후원금을 갈취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 단체는 불쌍한 동물을 보호한다는 선한 이미지를 내세워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하며 후원금을 모금한다. 그러나 선의로 모인 자금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고, 개인적 이익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족한 병원비를 이유로 기부금을 모으지만, 해당 강아지가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막상 병원비를 갚지 않아 빚투를 당하는 등, 불투명한 재정 내역은 횡령 및 탈세 의혹을 낳고 있다. 

1365 기부포털에 기부금품 모집 단체로 등록되어 있으나, 실제 모금 실적은 0원으로 표시된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 공시정보가 없는 단체도 많아, 세금 누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후원금을 유치하기 위해 자신들을 정의의 사도로 포장하고, 특정 산업을 비난 대상으로 삼아 국민들을 현혹하는 일도 있었다. 

일례로 특정 인기 품종견 위주로 구조·보호하는 비영리단체 P가 있다. 믹스견도 푸숑, 폼피츠, 말티푸, 폼스키, 폼치 등 주로 인기가 많아 인위적으로 브리딩한 품종견을 주로 구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불법 번식장, 폐업한 펫샵 등에서 유기견을 구조한다고 SNS에 광고한다. 

인당 입양할 수 있는 두수에 법적 제한이 있어,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한 마리라도 더 구하기 위해 편법까지 써가며 최대한 많은 숫자를 입양한다. 지자체에서 입양한 유기견은 '입양한 동물을 상업적(식용, 번식, 판매 등)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입양한 동물을 유기하거나, 파양하지 않겠다’ 등의 준수사항을 이행할 것을 서약한다. 재입양시 해당사항 불이행으로 보조금 부정수급에 해당될 수 있기에, 선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개 후원을 받으면서도 모금 실적은 0원으로 기록하고 재정내역은 비공개하고 있으며 의료비 영수증 조차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또다른 유기견 단체인 C는 특정 구조견을 구조·보호하며, 입양비가 없다고 홍보한다. 중성화 수술비나 스케일링 실비만 영수증과 함께 청구하는 정도이다. 월 1~2만원의 후원을 권유하기도 한다. 입양 후 유기견의 소유권은 한 달안에 이전이 완료된다. 이에 입양자들이 부담이나 압박을 덜 느끼며 후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심지어 후원금 내역과 단체의 재정내역을 공개하며 운영하고 있었다. 

두 단체 모두 유기·유실동물을 구조·보호해서 책임비·입양비를 받고 입양한다. 모두 개인 봉사자의 선의로 시작된 비영리단체이다. 하지만 두 단체가 보여주는 행보는 전혀 다르다. 입양비와 소유권 이전 방식은 매매 행위 및 상업적 운영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동물권 법조인들은 비록 선의에 의한 행동이라해도 '유기·유실동물을 매매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판매자뿐만 아니라 구매자도 처벌 대상'이라며 이는 '현행 제도의 한계'라는 우려를 표했다. 유기·유실동물 보호를 빙자한 부정 행위는 동물보호의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사건이 있었다. 유기·유실동물 입양을 가장해 정부 보조금 약 4000만원을 부정수급 및 편취한 뒤 다시 해외로 재입양 시키며 수익을 올린 동물보호 활동가도 있었다.  허위 진료비 영수증 발급을 공모한 수의사가 2023년에 경찰 조사를 받은 사건도 기억난다. 구조 당일에 사망했지만 이를 숨김 채 나흘동안 교통사고 당한 개를 SNS에 게시해 609만원의 후원금을 모집한 유기견 보호소도 잊을 수가 없다. 개농장에서 구조한 동물을 핑계로 후원금을 모금한 뒤 개인적으로 유용한 단체 대표가 구속되는 사건은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다. 

이러한 일을 통해 동물구조를 위한 후원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주었다. 더 나아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만드는 현행법이 실용성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소수 단체의 영향력으로 성급하게 만들어지는 규제법은 산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누군가는 유기·유실동물 구조 및 분양을 계속 해야 한다. 책임비·입양비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길거리에 유기견으로 넘쳐나거나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시키는 유기·유실동물의 수가 급증해 감당이 안될 것이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피하게 누군가는 계속 악역을 떠맡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동물을 구조해 보호하고 입양을 보내기까지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책임비·입양비로는 충당이 안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운영이 힘들다는 것을 솔직하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마땅하다. 안타깝지만 현행법상 동물 구조 일로 생계를 이어 나갈 방법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봉사자의 신분으로서 임해야 하는 일로 희생정신 없이는 계속하기 힘들다. 본인의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후원자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동물의 지위는 민법에서 물건으로 정하기에, 동물의 법적 지위가 달라지지 않는 한 동물보호법도 제약이 많을 것이다. 정부는 보조금 지급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동물보호 단체와 활동가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 좀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무작정 세금으로 보조하기 보다는 활동가들이 합법적으로 비용을 충당하여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오주연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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