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야"... 정주영 어록 기억하라!

최승노 / 2023-09-21 / 조회: 887

신용은 평판이다. 평판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쌓이는 것이다.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용은 자본과 속성과 매우 비슷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서양의 신용이 계약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반면 동양은 혈연·지연·학연이라는 연고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연고주의가 큰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회사에서는 믿을만한 사람을 재무통에 앉히고 슈퍼마켓에서는 가족들에게 카운터를 맡기는 식이다. 전산화 덕분에 알바도 카운터를 보는 세상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돈을 만지는 일은 가족에게 주로 맡겼다.


신용은 단순히 약속을 지키는 걸 넘어서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확고해진다. 감당해낼 능력을 갖추는 것이 신용의 핵심인 셈이다.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삶 속에서 증명되어야 신용이 쌓이고, 신용이 쌓이면 개인도 회사도 더 큰 일을 맡을 수 있다. 신용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매우 중요한 자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업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신용이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고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어록을 많이 남겼는데 “사업은 망해도 괜찮아, 하지만 신용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야”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시공 능력이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최근 아파트 부실 공사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철근이 덜 들어간 아파트를 다시 짓는다는 발표도 나왔다. 공법의 진화로 인해 철근을 덜 넣어도 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돈을 빼돌리기 위해 철근을 덜 넣었다면 명백한 부실 공사이다. 기업으로서는 막대한 피해 보다도 신용을 잃은 것이 뼈아픈 회한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 시공 능력은 세계적인데 비해 감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후진국형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건설업계에는 일부 지역 기업에 일을 몰아주는 문화가 여전히 횡횡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으면서도 여전히 연고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건 부끄러운 일이다. 계약주의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해 신용이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정확하게 계약을 하고 약속을 잘 이행해 신용이라는 자본이 쌓이도록 사회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연고주의에 의해 나눠먹기식으로 일이 진행하면 품질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신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품질보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고주의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계약사회로 나아가 철저히 약속을 지켜 신용 자본을 높여 나가야 한다.


연고주의에 이은 또 하나의 폐해는 정치적인 특혜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정치 특혜 역시  품질을 보장할 수 없고 신용을 쌓을 수 없다. 외부에서 거래를 대신해주거나 선택을 강요하면 품질은 유지되기 힘들다.


반복된 소비자의 선택과정이 신용은 쌓는 길이다. 역 앞의 식당과 직장 근처의 식당을 생각하면 반복의 힘이 이해 갈 것이다. 예전부터 역 주변 식당은 맛이 없다는 말들이 있었다. 지나가는 손님들이 한 번씩 들르는 '뜨내기 시장’이다 보니 딱히 품질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식당도 많겠지만.


직장인들이 몰려있는 상권은 맛집들이 포진되어 있다. 택시기사들이 자주 찾는 기사식당도 대개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직장인들은 매일 식사를 하기 때문에, 기사들이 자주 찾기 때문에 식당들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신용이 쌓인 것이다. 


반복된 소비, 반복된 선택이 신용문화를 쌓아간다. 소비자의 반복된 선택이 아닌 누군가가 결정을 대신하거나, 강압과 억제가 개입하면 신용사회는 멀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가 대학이다. 대학 진입이 힘들다 보니 갖가지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수시 제도가 개설된 이후에 여러 편법이 동원됐고, 그로인해 온 나라가 시끄러운 사건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추천서를 비교적 쉽게 써주지만 계약사회인 서양은 추천서를 매우 신중하고 정확하게 기술한다. 추천서를 함부로 남용하는 건 신용사회 질서에 어긋나는 일이다. 


대학을 쉽게 졸업하는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속여서라도 들어가기만 하면 무조건 졸업하는 대학 제도로는 신용을 쌓기 힘들다. 일단 들어가면 다 졸업하니 '서울대 나왔으면 이 정도 인재일 거야’라는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유명 대학들은 30~40%를 중도 탈락시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해도 졸업을 하니 대학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대학이 학생을 탈락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졸업생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학점이다. 학점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정보인데 기업 공개채용 때 학교와 학점을 블라인드 처리하게 되어 있다. 이는 잘못된 일이다. 학교와 학점은 그 사람의 성실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그걸 가리면 무엇으로 판단하라는 말인가.


신용은 평판에서 나오고 평판 좋은 회사와 개인은 브랜드를 갖게 된다. 이를 위해 회사도 개인도 능력을 증명해 평판을 쌓고 브랜드를 획득해야 한다. 신용이 쌓이면 많은 기회가 다가온다. 신용은 곧 자본이기 때문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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