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클로저 운동과 산업혁명 이야기 4(마지막편)
- 인클로저 운동과 산업혁명의 역사에서 배울 점
연표
14세기 페스트. 1347~1351
14세기말~15세기;'잉글랜드농민들의황금시대'
14~16세기 르네상스
15~16세기 인구위기(인구는 늘어났지만 1인당 생산성 향상은 정체)
16~17세기 종교개혁
17~18세기 제2의 백년전쟁(영국-프랑스간 계속된 전쟁)
1660-1760 영국 상업혁명
18세기 농업혁명
1750~1820 2차 인클로저
1760-1840(18~19세기) 산업혁명
화폐의 불안정은 아래계층의 몰락을 초래한다.
1차 인클로저에 불을 댕긴 것은 물가상승을 초래한 가격혁명, 즉 은화의 인플레였습니다.
물론 이전 시기 페스트로 인한 농촌 인구의 감소가 장원제를 붕괴시키고 농노들의 신분을 계약농민으로 격상시켰지만, 그러한 조건의 변화는 이후 화폐의 불안정으로 인해 독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법은 시간이 흐른 뒤 재앙을 초래한다.
농민과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제정한 노동자 법령, 그리고 거주지 이탈을 막는 법은 이후 인클로저 시기, 해당 계층에게 재앙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정계층을 목표로 한 법조항은 제정 당시엔 사회균형을 위한 것이었을지라도, 시간이 흐르고 사회조건이 바뀌게 되면 무서운 독약으로 변모합니다. 보편적이지 않은 법은 되도록 피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제정하더라도 시한이 지나면 소멸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역사의 트라우마는 깊고 오래 전승된다.
1차 인클로저 운동은 사회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오래된 장원제의 전통을 다급해진 지주계층이 스스로 무너뜨리는 모습은 안정적인 봉건제의 문화에선 받아들여지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1차 인클로저의 시기도 비교적 짧고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사회적 충격의 여파가 컸기 때문에 여론의 큰 비난이 일어나고 반대운동까지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이 충격은 이후에 일어난 다른 성격의 인클로저 운동까지도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기억하게 만들었고, 재산권의 확립이라는 과정 자체에 대한 혐오감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빈민 문제의 해결책이었던 산업혁명까지도 1차 인클로저 운동에 대한 비난, 즉 탐욕스런 기득권층의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들었던 겁니다.
트라우마는 뒤틀린 역사 인식을 만들어내고, 합리적 분석에 대한 거부를 초래합니다. 어떤 것이든 급격한 변화는 트라우마를 만들어내고 극복에는 여러 세대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자생적으로 진행되는 혁명은 사회적 충격이 적다.
2차 인클로저를 초래한 농업혁명은 사회적으로는 주목받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인위적 조처로 급격하게 추진되지 않는 자생적 혁명이었기에, 새로운 농법이 검증되고 모방되며 확산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그 느린 과정에서 농민들은 변화에 적응할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3차(의회) 인클로저 운동이 가장 파괴적이었던 것은 의회가 제정한 법에 의해 강제되고 짧은 시간 내에 추진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적 소유권의 확립이라는 의미가 있는 법 제정이었지만 사회를 재구성하는 법이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빈민구제법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애초에 구빈법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자활시킨다는 목적보다는 부랑자를 줄이는데 집중한 법이었습니다. 사회적 편의를 위해 노동자와 걸인들의 이동을 금하고 자선을 금하는 조항은 이후 아동을 도제로 삼고 강제로 노동을 시키는 조항의 추가로 이어지고 새로운 부양자의 발생을 막기위해 결혼을 금지하면서 다수의 사생아가 출생되게 만드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좋은 뜻을 앞에 내세운다 하더라도 구제법이 사회 안정과 대처의 편의성을 우선 추구하게 되면 재앙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합니다.
도시 길드의 문제
당시 대규모 산업은 수공업자 길드의 조직 바깥에서만 노동을 고용할 수 있었습니니다. 이익단체인 길드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길드의 힘이 강하지 않던 작은 도시의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노동 고용이 이뤄질 수 있었기에 대도시 빈민의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낮은 숙련도로 인해 노동의 수확물도 낮아 길드 수공업자에 비해 적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이 불가피하기도 했습니니다. 점차 기계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숙련된 남성 노동자를 높은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되고 나서야 여성 및 아동 노동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정리
1.18세기 후반 정부와 의회권력을 동원한 급격한 2차 인클로저운동으로 농촌에서 실업자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부랑자화 됐습니다.
2.이들이 도시노동자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며 대규모의 고아들이 발생하는 구조가 발생한 것은 구빈법이라는 족쇄때문이었습니다.
3.또한 도시지역 중심의 길드조직도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되게 만들었습니다.
결론
어떤 사회변화라도 자생적으로는 사회적 조정능력의 범주를 넘는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드뭅니다. 산업혁명도 100여년에 걸친 느린 과정이었습니다.
조정능력의 범위를 넘는 급격한 변화나 사회적 조정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권력의 개입이 있는 경우입니다.
부랑자와 실업자를 강제로 줄이고 인력의 지역 이동을 막은 구빈법과 기득권 길드체제, 그리고 의회의 법적 개입에 의한 대량 실업 발생이 산업혁명 초기 비참한 모습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옥같은 상황을 구제한 것은 정부조처가 아니라 산업혁명의 확산이었습니다.
"1750년에는 영국의 인구 6백만, 1800에는 9백만, 그리고 1820에는 천2백만으로 증가했다. 연령별 인구분포는 크게 바뀌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비중이 급증했다. 5살 미만 사망률은 1730-49에 74.5%에서 1810-29에 31.8%로 줄었다. 유아기 때 죽었을 아동들이 생존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 아인랜드의 "자본주의의 이상"에 수록된 로버트 헤센의 "여성과 아이들에게 미친 산업혁명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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