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과 로톡, 법정 대신 시장에서 경쟁해야

곽은경 / 2023-03-06 / 조회: 3,517       브릿지경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이용을 제한한 변호사단체에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의 ‘로톡’ 서비스 가입을 금지하고,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해왔는데, 이를 두고 공정위가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2022년 ‘로톡’과 변호사단체의 갈등과 관련해 로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변협이 ‘로톡’ 이용을 금지시키기 위해 플랫폼에 스스로를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고,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다. 해당 규정이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장과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헌법상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2012년, 리걸테크를 이용해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창업했다. 의뢰인들은 법률상담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후기를 보고 변호사들을 결정할 수 있고, 15분 전화상담, 20분 영상상담 같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어플리케이션만 열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변호사들이 줄을 서 있는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


변호사단체는 ‘로톡과의 전쟁’까지 선포하며, 강경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스스로를 홍보하고, 의뢰인을 매칭할 수 있게 하는 법률플랫폼 서비스가 수임경쟁을 부추겨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혁신적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기존 기득권 단체와 갈등을 빚은 사례는 적지 않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만들어진 ‘타다금지법’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택시서비스가 사라졌고, 비대면진료 서비스인 ‘닥터나우’가 의사협회나 약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압력으로 ‘직방금지법(‘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만들어질 위기에 처했으며, 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삼쩜삼’ 역시 한국세무사회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로톡과 변호사단체의 갈등은 그들이 법률서비스 제공자라는 측면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변호사단체들이 2015년 ‘로톡’의 영업행위에 대해 고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불법 vs 합법, 위헌 vs 합헌, 공정 vs 불공정 행위 등의 여부를 놓고 지루한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들이 소비자를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아닌,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남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이어진다. 더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로톡’은 변협과의 소송에서 계속해서 승소하고 있지만, 지난한 법정 다툼으로 경영난에 직면했고, 사옥 매각과 직원 절반 감축을 앞두고 있다. 한해 2300만 이상의 이용자들이 당장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법률서비스에 기술을 접목하는 ‘리걸테크’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국내시장만 보고, 법률플랫폼 서비스의 허용여부를 다투는 사이 선진국에서는 검색어 하나만으로 판례를 찾아주는 서비스뿐 아니라 AI를 통한 법률자문까지 허용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이미 아보(Avvo), 리걸줌(Legal Zoom), 로켓로이어(Rocket Lawyer) 등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했다. 우리와 법률체계가 비슷한 일본도 2005년 ’벤고시닷컴’를 허용했고, 그 결과 전체 변호사의 절반이상을 회원을 보유하고,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법률시장은 걸음마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시 빨리 풀 수 있는 규제는 모두 풀고, 기술과 자본을 투입해 법률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변호사단체들과 로톡이 법정이 아닌, 시장에서 경쟁하길 바래본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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