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경제 읽기] 수도 서울의 품격을 높인 청계천 복원

최승노 / 2021-02-01 / 조회: 3,555

20세기 환경정책 '청계고가'…21세기 환경정책 '청계천 복원'


현대인은 대부분 도시에서 산다. 우리처럼 도시화 비율이 높은 나라는 더욱 그렇다. 2012년 기준 한국의 도시화 비율은 90%가 넘는다. 인구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이 서울 등 도시에서 산다는 얘기다. 우리처럼 인구의 도시 집중도가 높은 경우 그저 막연히 국토 전체를 대상으로 환경 정책을 펴는 건 비용 대비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어느 시골의 이름 없는 하천을 청소하는 것도 물론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보단 대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의 도시 계획, 청계 고가도로 건설


20세기 중반 수도 서울의 도시 계획의 근간은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구가 폭증하고 차량도 함께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통 정책의 핵심은 고가도로를 만드는 일이었다. 총 길이 6㎞에 가까웠던 청계 고가도로가 완공된 게 1976년 8월의 일이다. 서울의 종로와 을지로 사이를 흐르는 청계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도로를 만들었다. 당시 서울 사람들은 “하늘 위로 차가 달린다”며 놀라워했다. 청계 고가는 현대건설을 이끌었던 정주영과 이명박의 작품이었다.


청계 고가가 대성공을 거두자 이를 모방해 서울 곳곳에서 고가도로가 건설됐다. 사람들은 고가도로를 근대적인 도시 계획의 상징으로 여기며 자랑스러워했다. 청계 고가 위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은 한동안 ‘대한뉴스’의 첫 장면을 장식했다.


대도시에서 교통 정책은 동시에 환경 정책이기도 하다.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 원활한 교통 체계를 만드는 건 그 자체로 도시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들이 줄지어 선 채 오도 가도 못하고 배기가스만 내뿜는 건 그 자체로 환경오염이다. 고가도로로 교통이 원활해진 만큼 20세기 서울의 대기 환경도 개선됐다.


21세기 새로운 도시 계획, 청계천 복원


놀라운 얘기지만 21세기 서울의 도시 계획도 청계천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 서울 상공 여기저기에 그려진 콘크리트 선들을 치우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70년대 건설사의 최고경영자를 지내며 청계 고가를 세운 이명박은 서울시 최고경영자가 돼 청계천을 복원하는 데 앞장섰다.


일부에서 고가도로 철거에 따른 교통 문제를 제기했지만 다행히 그간 서울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갖춰졌고 도로의 수용 능력도 충분해 우려했던 교통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간 매연 집진 기술이 발달해 자동차 매연도 문제되지 않았다.


청계천은 고가도로 건설을 위해 복개된 지 거의 30년 만인 2005년 9월 복원됐다. 30년 전 고가도로를 보며 놀라워했던 사람들은 이제 서울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 깨끗한 물이 흐른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청계천의 환경 개선 효과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여름철 도시의 열섬 현상을 줄이고 장마 땐 홍수를 제어한다. 삭막한 도심을 흐르는 깨끗한 물이 도시인에게 주는 상쾌함은 금액으로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30년 전의 청계 고가가 고가도로 건설 붐을 부른 것처럼 청계천도 안양천, 양재천, 중랑천 등 서울 시내 주요 하천과 지방 하천의 복원 붐을 불러왔다. 더 나아가 4대강 사업 등 국토 전반에 걸친 수질 개선 사업이 모두 청계천의 성공에 빚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범적 국토 개발로 평가받은 청계천 복원


도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가꾸는 게 꼭 나무를 심고 공원을 늘리는 것만 의미하진 않는다. 경우에 따라선 고가도로를 세워 교통 환경을 정비하는 것도 훌륭한 환경 개선책이 될 수 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상황이 달라지면 고가도로를 내리고 물길을 복원하는 게 환경 개선책이 될 수 있다. 경제 개발의 진척과 국토 환경의 변화에 따라 환경 정책에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융통성 있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청계천은 200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 ‘최우수 시행자상’을 받았고 2010년엔 하버드대 디자인스쿨이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환경 영웅’이란 칭호를 선사했다. 청계천을 복원하며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이명박은 뛰어난 리더십을 보인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21세기의 모범적인 국토 개발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기억해주세요


고가도로를 세워 교통 환경을 정비하는 것도 훌륭한 환경 개선책이 될 수 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상황이 달라지면 고가도로를 내리고 물길을 복원하는 게 환경 개선책이 될 수 있다. 경제 개발의 진척과 국토 환경의 변화에 따라 환경 정책에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융통성 있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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