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개편의 세계적 동향과 그 시사점

김상겸 / 2017-09-12 / 조회: 16,963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지만 지난 8월 초, 내년도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바 있다. 한동안 논란이 많이 되었던 법인세 부담 강화계획도 이에 포함되었다. 우리나라의 현행 법인세제는 3단계 초과 누진세율구조로 되어 있는데, 내년부터는 과세구간도 증가하고 최고세율도 더 인상될 예정이다.1)법인세 개편의 명분은 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면서 세수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이의 실효성이나 조세이론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더욱이 법인세 부담 강화는 경제활력 개선이라는 경제정책의 큰 방향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데다가, 세계적인 법인세제 개편의 추세와도 동떨어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 고에서는 법인세제 개편과 관련한 각국의 동향을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법인세는 기업의 순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일종의 소득세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세정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세목에 해당한다. 대내적(對內的) 정책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다른 조세정책들과는 달리, 법인세는 국제적 상황변동에 민감한 세목이다. 법인세 과세대상인 기업활동 영역이 국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같은 조건이라면 법인세 부담이 낮은 곳을 선호할 것이므로, 법인세제의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법인세제 개편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인세제 개편의 세계적 추세는 무엇인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법인세 완화정책은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경쟁(race to bottom)을 촉발하였다. 법인세 부담 완화정책이 다국적 기업의 유치나 해외직접투자(FDI)를 확대시키고, 일자리 창출 및 경기부양에 효과적임을 인식한 각국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었기 때문이다. 이에 OECD는 과열경쟁을 우려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하였다.2)  이와 같은 법인세 인하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2008년과 비교하여 2016년 법인세율(지방분 포함)을 인하한 OECD 국가들은 총 21개에 이를 정도로 많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미국은 현행 35%의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하는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법인세율을 하향조정한 국가들의 세율인하 폭 역시 이에 못지않다. 2008년 이후 2016년까지 국가별 법인세율 인하폭을 살펴보면, 일본이 9.6%p.(국세분 5.4%p. 지방세분 4.2%p.)로 가장 크고, 영국(국세분 8%p.), 스웨덴(국세분 6%p.), 스페인(5%p.) 등 선진국들의 움직임이 크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역시 법인세를 3.3%p.(지방세분 포함) 인하조정한 바 있다. 


물론 반대의 국가들도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국세분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한 국가들은 칠레(7%p.), 그리스(4%p.), 아이슬란드(5%p.), 멕시코(2%p.), 포르투갈(3%p.), 슬로바키아( 3%p.) 등 6개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왜 법인세를 인상하였을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리스, 멕시코, 포르투갈은 극심한 재정적자로 인한 재정파탄을 경험한 나라들이다. 아이슬란드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은 나라이다. 즉,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들은 대개 세수증대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경제가 정상범위 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대부분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법인세 개편의 국제적 추세는 '부담완화’로 수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법인세 개편과 관련한 세계적 추세를 선도하는 입장이었다. 전통적으로 OECD 평균을 하회하는 세율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법인세제의 경쟁력을 확보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들이 그동안 꾸준히 세율인하를 추진해옴에 따라 이제는 우리 법인세제의 국제경쟁력을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렵게 된 것도 사실이다.3) 이번 세제개편안은 추가적 세율인하가 필요한 시점에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1) 현행 법인세 과세구조는 10%(과표: 0~2억 원), 20%(2~200억 원), 22%(200억 원 초과)로 구성되어 있으나, 내년도 세제개편 안에서는 2,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여 25% 세율을 적용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2) 유해적 조세경쟁에 대한 보고서(Harmful Tax Competition: An Emerging Global Issue), OECD, 1998


3)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지방세분을 포함하여 24.2%로 OECD 국가평균 24.8%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김상겸 /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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