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국가가 의료보험을 의무화하고 의사의 진료수가 병원 경영비용을 통제하는 것은 의료주체들의 경쟁을 억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또한 “모든 국민은 귀중하다”는 보통법의 원리를 확장해서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의무까지 나아가는 것은 치명적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재분배적 과세가 결국은 잘못된 의료보험제도를 지탱하는 밑받침이 된다고 말한다.
그밖에 의료과오 배상책임, 장기이식, 안락사와 같은 논쟁적 주제들을 다룬 부분에서도 법학자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무게 있는 분석을 다루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와 그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많은 우리나라로서의 저자의 논점을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공공의료제도의 치명적 위험』은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우려와 문제점들의 근원이, 실제로는 재원부족을 겪는 현실 속에서 풍요로움의 환상에만 의존하는 복잡하고 비생산적인 사회보장/의료혜택 수급권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저자의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저자 : 리처드 A. 엡스타인(Richard A. Epstein)
역자 : 안진환
머리말
제1부
의료수혜권에 관하여
서론 냉혹한 진실과 새로운 출발
통념에 대한 문제제기
보통법 원리로 돌아가자
소극적
권리입문
보통법의 적극적 권리
자율권, 두 번 침해되다
의료혜택을 받을 적극적 권리
제1장 적극적 권리에 대한
강력한 옹호론
부냐, 효용이냐
의료서비스를 공공재로 간주하다
불완전 의무
제2장 적극적 권리 실행상의 장애
정의와
범위
강제에 의한 평등?
최저기준 대 평등기준
시장보험과 사회보험
적극적 권리의 박탈
제한된
수혜권
제3장 요구된 치료: 무의미한 노력
재정적 문제와 개념적 문제
삶의 연장과 삶의 질: 두 가지 모두를 얻으려는
욕구
무익한 치료에 대한 사회적 반응
제4장 긴급피난, 그리고 빈곤층 치료: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
보통법의
전개
주 정부의 면허권
연방 메디케어 규정
EMTALA(응급치료 및 진통법): 응급치료 거부 불가
제5장 부(富)와
장애
거부에서 차별로
부에 의한 차별
장애: 오리건주 메디케이드
제6장 동일보험료방식과 보험가입 이전의 병
리스크
분류
동일보험료방식
보험가입 이전의 병
포괄적 의료제공
제7장 메디케어: 미국 정치의 제3의 길
지난 시대의
낙관주의
파멸의 씨앗
파트 A: 입원보험
파트 B: 보충의료보험
법률개정을 위한 정치적
투쟁
의료저축제도
미래는 있는 것인가
제8장 클린턴의 의료정책: 난파
평등주의 운동
클린턴 프로그램의 짧은 불행한
역사
복잡한 계획에 대한 간결한 요약
가입자격
유자격자 계층 내에서의 재분배
어떤 이익?
낙태와
가족계획
비용-억제?
관리상의 선택
과세
의료전문직의 개혁
결론
제2부 자기결정권과
선택
장기이식
제9장 대리모 출산과 아기판매의 양도가능성과 그 한계
재산과 교환
완고한 양도가능성 사례들:
아기판매와 대리모 출산
제10장 현재: 해결책 없는 장기부족난
만성적 장기부족
현대적 이식정책의 전개: 부족난 대처
부족난
돌파구?
제11장 장기이식: 공급 측면
시장과 장기이식
제12장 장기이식: 수요 측면
장기이식에서의
인종차별
결론
죽음과 임종
제13장 적극적 안락사
자율권의 방향전환
외부효과
제14장
의사조력자살
자율권, 동의, 그리고 합리적 선택
의사조력자살
시기와 방식의 역설
제15장 남용과 오용
두 종류의
오류
미국의 일화와 네덜란드의 사례
제16장 파란만장한 합헌논란
합헌이냐, 위헌이냐
현상유지를 옹호하는 입장
헌법상의
변화를 옹호하는 입장
제17장 무능력
누가 결정하는가, 무엇을 결정하는가
베이비 도우
안락사
되짚어보기
배상책임
제18장 배상책임의 역사, 원칙, 그리고 진화
모르는 사람과 거래자
계약범위 내의
사고
의료과오 배상책임의 진화
제19장 배상책임제도의 효율성
무엇이 사법혁신을 일으켰는가
민사의료불법행위 배상책임의
명분
의료과오보험과 방어의료
제20장 배상책임제도의 개혁
민사의료불법행위 개혁
규제 대안
무과실
보험
계약
후기
역자후기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이 악법을
만든다”
부상당한 환자가 관례적 수술과정에서 큰 아픔을 느꼈다고 해서 보상받게 해서는 안 된다. 갈 곳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난한
세입자를 아파트에 계속 살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그러한 인간적 감정이 불행한 사람들을 돕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선과
공정함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선은 의사나 집주인이 베푸는 것이다. 자신의 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장기적 혼란을 잘 아는 법원이
의사나 집주인에게 자선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의사가 거액을 배상해야 하는 의료과실 판결을 두려워한다면, 장래의 다른 환자가 필요한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또 집주인이 임대료를 내지 않는 세입자를 쫓아낼 수 없을 것을 두려워한다면, 장래의 다른 세입자가 적절한 집을 임차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바로 눈앞의 사람, 누구인지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 동정을 느끼기는 쉽지만, 동정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사람을 돕도록
어떤 이를 강제하는 행위가 초래할 결과의 위험성을 인식하기는 훨씬 어렵다. 본래 동정이란 지금 눈앞에 존재하는 이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토대로
하는 감정인 바, 실제로 보이지도 않고 확인되지도 않으며 수치로만 표현되는 사람들에 대해 그러한 공감을 느끼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수치로 표현되는 사람들이 바로 장래에 실재하게 될 사람들이다. 훌륭한 법제도는 그 앞에 선 당사자들의 입장과 처지를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또한 훌륭한 법제도는 한 사건의 판결결과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타당한 지속성을 갖는가를 언제나 자문하는 법이다. 동정이라는 감정을 개입시키는
경우, 강제에 의한 시스템은 지속성을 가질 수가 없다. 그 강제성을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하는지 결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자발적
동정에 의한 시스템은, 자기 자신의 자원을 기꺼이 제공하는 지지자들의 자발성에 의해 그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지속성을 갖는다. 타인에 대한
동정과 공감은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동정심 섞인 대의에 타인을 강제로 참여하게끔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 당장 눈앞의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관행을 확립하는 것은 먼 미래의 재앙을 가져올 씨앗을 뿌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병원들에게 어떤 환자든 모두 응급실로 받아주라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공급 측면은 감소할 것이다. 병원이 재정부족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기판매금지는 장기의 부족사태를
불러오고, 그것은 결국 살릴 수 있는 안타까운 생명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통찰력 있는 사회학자와 신중한 법률가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장기적 결과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동정심을 경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