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보다 배터리 '활용’을 우선시하는 생각이 빗어낸 사고들이다. 배터리를 쓰는 것이 환경친화적일 것이라는 과신론에 빠져, 잘못된 규제와 지원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이런 인식들이 안전을 도외시하면서 화를 부른 것이다. 안전과 효율성, 그리고 환경을 우선시하면서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어떤 정책이 바람직할 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사고로 정부 전산시스템이 마비되었다. 전산실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리하면서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배터리에 불이 난 것이다. 21시간 45분 만에 진화는 되었지만 같은 층에 있던 740대의 전산장비가 모두 타버렸다.
리튬이온 배터리 안에서 화학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면 온도가 계속 오르는 열폭주가 발생한다. 실제로 전산실 내부 온도가 연쇄 폭발 현상으로 160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무엇보다 리튬 배터리와 서버와의 간격이 60센티미터였다니 놀랍다. 이미 여러 차례 배터리 사고가 잇따르고 있었음에도 서버를 위험물질 바로 옆에 배치하고 있었다니 말이다. 지난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를 부른 SK C&C 판교캠퍼스 화재에서 배터리의 위험성은 이미 경고된 바 있다. 최근 지하주차장에서 배터리 자동차의 화재사고가 큰 재난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기술발전이 빠르다고 해서 이를 맹신하거나 과신해서는 안된다. 배터리는 아직 안전한 것이 아니다. 특히 오래 전에 생산된 배터리는 그 위험성이 더 크다. 오래된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성이 큰 일이다.
배터리 활용이 안전과 효율성, 그리고 환경 보호보다 우선시된 것은 정부의 배터리 지원정책 탓이 크다. 배터리 활용을 높이자는 주장은 환경운동 차원에서 있을 법한 일이다. 이를 정부가 규제와 지원정책을 만들어 실행하면서, 배터리 활용을 강제하고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면서 안전과 환경은 뒤로 밀린 것이다.
환경부는 배터리 자동차 판매를 위해 많은 세금을 쓰고 있다. 아직도 배터리 자동차 구매보조금에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 소비자들은 현명하게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었다. 가장 환경친화적이며 효율성과 안전성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한 구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후에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친환경 차량 목록에 포함한 바 있다.
정부가 무엇이든 더 잘 알고 무엇을 구매할 지를 계몽하겠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특정 제품을 사도록 규제하고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원정책은 사고만 키울 뿐이다. 산업의 왜곡을 불러 비효율을 낳고, 나아가 환경까지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배터리의 사용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성을 높이는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배터리가 환경친화적일 것이라는 환상 속에서 무작정 사용만 독려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정이다.
기존의 환경부가 이제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변신했다. 기후환경에 에너지 정책까지 거머쥐면서 '공룡부처’가 된 것이다.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특정 제품을 쓰는 것은 무조건 환경친화적이라는 식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