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 기재부에 맡겨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올해 9월말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897조원이고 9월까지의 수익율이 마이너스(-) 7.06%라고 발표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18년의 -0.92%에 이어 올해 연간 수익률은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2018년의 마이너스 수익률은 미중 무역분쟁 및 세계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세계 자본시장의 위축에 의한 것이었다. 올해의 마이너스 수익률은 미국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지속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 등 공급망의 붕괴에 따른 것이다. 최근 잦은 외부환경에 따른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적 수익률 극대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체계를 재구축해야 함을 보인다.
기금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낳게 한 가장 큰 요인은 성장률이 -27.47%였던 국내주식부문이었다. 코스피 지수가 -25.47% 하락했다는 점으로 정당화될 수도 있지만 외부적 요인에 대하여 합리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천수답 운용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Environ ment, Socail and Governance)를 기반으로 하는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를 강행하면서 기업경영에 심각한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주식의 투자수익률은 2018년의 수익률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가장 높아 전체 수익률에 기여도가 매우 높았을 수 밖에 없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3년간의 연평균 수익률은 17.6%였다. 만일 올해 주식투자수익률이 -25%수준으로 굳어진다면 과거 3년간(2020~2022년)의 수익률은 1.98%로 하락하게 된다.
이는 과거 2년간 쌓은 기록적인 수익률을 거의 모두 상쇄시키는 것이 된다. 올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7.06%가 된다면 과거 3년간 연평균 수익율은 10.6%에서 4.14%로 하락하게 된다. 장기 투자에 있어 안정적 수익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의미하고 있다. 해외주식과 국내채권 수익률은 각각 -9.52%, -7.53%였다. 해외채권과 대체투자는 각각 6.01%와 16.24%의 수익률을 냈다. 국내채권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 역시 우리나라 급격한 금리 인상이 채권가격을 떨어뜨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적 기회비용 고려돼야
국민연금기금의 성격은 단순히 연금지급을 위한 준비금이라는 성격 이외에 매우 다면적이다. 첫째, 국민연금기금은 국민들로부터 거둬진 900조원에 가까운 강제저축이고 앞으로 2041년이 되면 1778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다.
이를 2018년 기준 가격으로 4차재정재계산에서 사용된 물가상승률인 연간 2%의 인플레이션율을 가정하여 현가화시키면 1078조원(2022년 현재기준으로는 1167조원)이 된다. 이는 2021년 말 기준 상장회사 시가총액 2649조원의 약 44.1%에 해당되는 초대형 기금이 된다. 이 기금은 여유지금으로서 순적립금이 아니라 2040년대부터는 10여 년에 걸쳐 연금급여로 소진될 운명이라는 점에서 안정적 운영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앞으로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안정을 위해 연금보험료가 인상되고 연금수급연령이 상향 조정되면 기금의 규모는 훨씬 더 크게 증가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운영 중인 국민연금전문가포럼(2022.12.10.)은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인상하고, 연금수급연령을 67세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국민연금재정재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42년에 1778조원으로 최고가 되나 개혁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대에 2773조원(시나라오 1)에서 3390조원(시나리오 2)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는 향후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한 개혁이 이행되면 연금기금의 최고액이 현재 가정하는 것의 약 60%에서 90%까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이 역사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거대 기금이 됨을 의미한다. 미래의 경제환경에 맞춰 국민연금기금을 사전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운용리스크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라는 단일 의사결정기구와 단일 지배구조에서 단일기금으로 운용된다. 그리고 그 규모가 증대할수록 기금운용의 관리위험(governance risk)이 폭발적으로 증대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이 우리나라 경제 및 재정 그리고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됨을 의미한다.
현재 정부가 계획 중인 국민연금 개혁안은 필연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높이게 되는데 이는 개인들이 근로기간 동안 개인적 저축을 더 크게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반면 국민연금에 대한 수급 보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국민연금에 대한 노후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노후보장시스템에서 사적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이 이미 자본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국민연금기금이 낳는 우리 사회의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첫째, 이 자금은 개인들에게는 주택마련, 의료비, 교육비 등으로 근로기간에 먼저 사용되어야 하는 자금인데 사전적으로 정부가 온정주의(paternalism) 정책으로서의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노후자금이라고 미리 가져간 자금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이러한 비용을 조달하는 데 유동성 부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목적의 급전을 높은 이자로 자본시장에서 차입하게 된다. 국민연금기금은 개인들에게 매우 높은 기회비용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들도 개인들의 저축에 의해 민간자본시장에 유통되어야 할 자금을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으로 운용함으로 해서 차입할 수 있는 자금 부족을 겪게 된다. 정부가 강제로 형성한 국민연금기금이 민간자본시장에 골고루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국민연금 보험료로 4.5%를 내고 있음에도 이 자금은 거의 모두 일부 대기업의 상장주식에 투자되고 있다. 국공채의 매입은 국민연금이 정부의 재정적자를 충당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해외투자는 국내 자금을 해외에 유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기업의 자금원을 줄인다. 국내의 개인들과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겪는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해외투자의 벤치마크 수익률은 이러한 비용을 충분히 보상하는 수준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셋째,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는 자본시장의 변동 폭을 확대시켜 시장 불안을 낳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주식시장에서 높은 수익률로 인해 전략적 자산배분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매각해야 했다. 이에 따라 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국민연금기금은 부양을 위한 주식 매입에 나섬으로써 시장을 왜곡시켜왔다.
국민연금기금은 대형자금으로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선제적으로 주식을 매각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주식거래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하거나 상승하거나 국민연금기금의 주식매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은 자본시장에서 순매수를 통해 자본시장을 떠받쳐왔다. 이러한 역할들은 주가가 기업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하게 하는 자본시장의 왜곡을 낳았다. 또한, ESG가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님에도 스튜어드십코드의 적용으로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면서 주가를 왜곡시키고 있다.
넷째,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 급여의 지급을 위한 준비금으로서 국민연금제도의 구조적 적자구조로 2041년 수지균형이 되고 2057년 고갈될 기금이다. 따라서 2041년 이후 기금의 수축기 동안 자본시장에서는 대규모로 지속적으로 자본이 유출된다. 자본시장과 함께 우리 경제가 매우 큰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으로 인한 자본시장에 대한 왜곡은 재정 및 경제 전체에 대한 왜곡으로 이어진다. 이미 사회 문제화한 고령화는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자본시장 운용은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0.7대의 합계출산율이 계속되어 인구가 감소하는 상태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실패는 다음세대가 결코 부담할 수 없는 부담을 주는 것이 된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은 이상의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는 주식시장 투자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안정적 지배구조의 혁신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제도와 국민연금기금 목적은 별개
국민연금제도와 국민연금기금의 목적은 별개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노후보장을 위힌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제도에서 기금을 관리운영하는 기능으로 수익률 극대화가 목적이다. 국민연금의 지출에 대한 자금 조달해주는 금융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연금기금이 국민의 저축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법적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상의 문제들을 모두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키(key)는 없다.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이미 폭발적으로 증가해왔고 국민연금제도와 함께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들이 지나치게 복잡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익률을 추구함으로써 국민연금기금의 다른 이해관계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앞서 연금된 문제들을 차분히 최소화시키면서 장기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도하는 대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기획재정부 소관'국민연금기금법’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의 운용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기금의 관리주체는 거시경제의 관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로 분리해야 한다. 법내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국민연금기금공단으로 전환하도록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들이 노후를 위해 근로기간 동안 개인의 자금소요를 포기하고 맡겨 놓은 돈이다. 따라서 그 운용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 한다.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전문성, 거시경제적 정보, 그리고 인적 자원 및 네트워크가 풍부한 기획재정부의 책임 하에 국가경제 안정에 기여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세금으로 국민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복지부가 기금운용의 책임을 담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둘째, 국민연금기금을 현재와 같이 단일기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별로 분할해서 독자적인 지배구조로 상호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향후 1700조원 이상 폭증할 하나의 기금으로 운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개별 기금 간 경쟁은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수익률이나 효율성이 낮은 기금은 먼저 해산시킴으로써 기금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자본시장의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이 2040년대 이후 2050년대까지 감소하는 기간에 발생할 자본시장의 혼란을 해결하는 수단이 된다. 향후 결정될 연금개혁으로 더 많은 기금적립이 불가피해진다고 가정하면 기금의 분할 운용을 더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전문가 중심의 국민연금기금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여러 정부에 의해 적립된 것이다. 그러나 단 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의해 기금은 항상 고갈의 위기에 당면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공단의 이사는 정부 인사를 완전히 배제하여 민간의 전문가로 선임하고 전원 합의제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반드시 국회 청문회와 함께 출석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지역적 재배치도 시급하다. 세계 3대 국가기금에 속하는 기금의 운용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정보망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초고속 인터넷망만 갖춘다고 기금운용본부의 입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정보와 인적 교류가 실시간 혹은 대면으로 모두 가능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국제적 인적자원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은 모든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집적되어 있는 서울의 금융중심지이다. 더 나아가 세계금융시장에서 수익률을 제고를 위해서는 시차 문제까지 해결하는 런던 뉴욕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들 간의 정보망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기금은 ESG에 기반한 스튜어드십코드의 적용을 하면 안 된다. ESG는 민간 투자자들에 대하여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개별 기업들은 서로 다른 업종과 배경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다양한 ESG 문제를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환경, 사회문제, 지배구조는 하나의 조합이 될 수 없음에도 이를 하나의 지표로 모든 기업을 외부에서 평가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스튜어드십코드 역시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투자를 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투자기관들이 선언적으로 제시하는 기준이다.
ESG나 스튜어드십코드를 정부의 국민연금기금이 적용하는 순간 이는 민간의 투자기준이 아니라 정부의 투자기준이 되면서 민간기업을 공공기업으로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민간 부문의 시장 중립적인 투자를 위하여 기업에 대한 직접적 간섭보다는 Wall-street rule을 통하여 문제기업에 대한 주식매각 혹은 투자환수 등의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더욱이 해외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국내 기업에만 강요하는 것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고 국가 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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