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5%룰 완화... 민간기업 경영 및 지배구조 자율성 심각한 훼손
경쟁체제 도입...기업도 국민연금 취급할 수 있어야
국민연금이 또다시 경제 문제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나라의 권력자들이 산처럼 높이 쌓여 있는 국민연금기금을 마치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취급하면서, 자유 시장경제를 '실질적 사회주의’ 경제로 변형시키는 매개체로써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해 온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과 정부가 법률의 개정도 아닌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을 지렛대로 삼은 '실질적 사회주의’ 경제로의 전환을 확고히 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질적 사회주의’란 겉모양만 민간 소유 재산, 민간기업일 뿐 그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국가가 행사하고 있다면 사회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이다. 역사적 사례로는 독일의 나치, 즉 '민족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를 들 수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연기금의 5% 룰 완화방안’이다. 이와 관련된 해당 자본시장법에서는 회사 정관의 변경은 '경영권 사항’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하위법령인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정관 변경이 '경영권 사항’이 아닌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위법령은 상위법령에 기속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렇게 될 경우 국민연금은 정관의 변경을 통해 집중투표제나 노동이사제 등 반시장적 제도의 도입을 충분히 관철시킬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민간기업의 경영과 기업 지배구조의 자율성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고, 민간기업의 경영은 국민연금을 실제로 통제하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의 의도에 따라 좌우되는 '실질적 사회주의’의 길로 성큼 다가서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은 국민연금의 '위상과 위력’을 보면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2019년 7월 현재 적립금 700조 원 이상을 운용하는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이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만 약 3백 곳에 이르고,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기업만 해도 81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대부분의 2대 혹은 3대 주주라는 의미이다. 게다가 자산 규모 기준 세계 5대 연기금 중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 부처 소속이고, 부처의 장이 위원장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결국,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매개로 정치권과 정부가 우리나라 민간기업 전반과 전체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5%룰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 표/한국경영자총협회
국민연금이 우리를 '실질적 사회주의’의 길로 인도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제도의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개혁의 핵심은 경쟁체제의 도입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 일원화되어 있는 현재의 독점체제를 깨고, 민간기업도 국민연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기금운용의 경우에도 현재의 독점체제를 깨고 몇 개의 독립적 기금운용본부 나아가 민간운용사들이 수익률 등을 기준으로 경쟁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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