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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에 기업 경영권 위축 우려···"자사주 소각 로드맵 시급"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3-05 , 여성경제신문

'상법 개정 대응 전략' 국회 세미나
"현재 상법은 소수 보호에만 치중"
"제도 취지 살리며 유연성 보장해야"


상법 개정으로 재계의 경영권 위협과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규제 강화에 대응해 기업들이 조속히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5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자유기업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주행동주의 시대, 기업을 흔드는 상법 개정 대응 전략'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고 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 의원은 개회사에서 "최근 정부와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매우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주주 권익 보호와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라는 정책 취지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만, 충분한 경제적 영향 분석과 사회적 합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입법을 서두르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히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사주는 주가 안정과 주주환원은 물론 임직원 보상, 전략적 투자 등 기업 경영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며 "이를 일률적으로 소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이른바 '3% 룰(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강화 방안이 실제로는 경영권 불확실성을 키우고 단기 실적 압박을 강화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장기 투자 결정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기주식 의무소각법률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은 기업의 재산권 침해와 경영권 안정화 수단의 상실"이라며 "기업에 안정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붕괴됐지만,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안정화 장치는 논의 조차 지지부진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자기주식제도는 '재무적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어 대부분의 국가가 가지고 있는 매우 유용한 경영도구지만, 강제소각하게 되어 특정목적에 대한 취득 외에는 어떤 기업도 장차 자기주식을 취득할 이유가 없어졌다. 멀쩡한 시스템이 일거에 파괴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목적에 따른 취득은 소각 의무 면제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 범위 내에서 자기주식 보유 허용 자기주식 보유 시 매년 주주총회 결의를 요구하는 대신 일정 기간 단위 승인 방식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사주 소각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한 사례는 없다"며 "이는 명백한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이자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자사주 소각이 강제될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가중된다"며 "이는 합병 등 핵심 의사결정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기업이 구조조정이나 전략적 사업 재편을 주저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강영기 한국ESG연구소 전문위원은 토론에서 실무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과제는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의 규모와 당초 취득 목적을 전수조사한 후, 관리·처분 계획을 전면 재정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개정안 시행 시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자사주를 일괄 소각할지, 단계적으로 소각할지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단계적 소각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사회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할 경우, 경영진의 의사결정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독립이사(사외이사) 비율을 의무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또한 이사회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주총은 다수결 시스템이며 효율성이 회사법의 기본 원리여야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상법은 소수 보호에만 치중해 있다"며 "소수가 다수를 무시하는 것은 다수가 소수를 무시하는 것보다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짚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경영권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거나 단기적 성과 압력이 강화될 경우, 기업은 방어적 경영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도 기업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